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09 9

 

 

 

 

 

 

 

1회용 도시

 

블랙록시티는 1년에 8일만 존재하는 미국 네바다 주의 가장 규모가 큰 도시 중 하나다. 인구도 주도인 카슨시티에 버금간다. 도시 안에는 비행장과 자동차 관리국까지 있다. 노동절 시작 1주일 전 블랙록 사막에서 대안문화 축제인 버닝맨이 열리면 5만 명의 참가자를 맞이하기 위해 블랙록시티라는 임시 도시가 생긴다. 이 축제는 1986년 소규모 실험예술가 집단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해변에서 처음 시작해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1991년 장소를 이 사막으로 옮겼다 이 축제에선 마약을 복욕하거나 나체로 활보해도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거의 없다. 13km제곱 면적의 도시 한가운데에 높이 21m의 나무 인간 모형을 세워 뒀다가 축제 마지막 날 불태운다. 그러면서 도시도 사라진다고 축제를 처음 조직한 래리 하비는 말한다.

 

 

 

 

 

 

 

태양에 플러그를 꽂아라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농촌에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설치된 태양열발전소인 다솔1안다솔2는 태양에너지를 마치 곡물처럼 수확하고 있다. 이 태양열발전소는 일종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다. 즉 낮에 수집한 태양열 중 일부로 수천 톤의 융해열을 가열해 그 열을 저장해두었다가 해가 지고 난 후 이 열을 이용해 7시간 30분 더 전력을 생산한다.

 

 

전남 신안군에 건설도니 동양태양광발전소는 용량 24MW로 국내 최대, 세계 3위 규모(태양전지판이 햇빛을 따라 움직이는 추적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08 1760억원을 투자해 축구장 93개와 맞먹는 67m제곱에 태양광 모듈 13만 장을 깔았다.

 

 

 

 

 

 

 

왕들의 귀환

 

킹펭귄은 둥지를 짓지 않는다. 맨홀 뚜껑만 한 땅에서 수컷과 암컷이 알 하나를 양발 위에 올려놓은 채 늘어진 뱃살로 덮어 번갈아 품는다.

 

생후 첫 3개월 동안 부모 펭귄은 모든 침입자를 부리로 가차없이 쪼아 쫓아낸다. 펭귄 알과 새끼에 맛들인 바다제비와 도둑갈매기 같은 조류가 주요 경계 대상이다. 연구원들이 세어보니 부모 펭귄은 약탈자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한 마리당 하루 4시간 동안 무려 2000번을 부리로 쪼아댄다고 한다.

 

 

 

 

 

 

 

 

혼돈의 땅 소말리아

 

아버지가 박격포 파편을 맞아 몸져눕게 된 모하메드는 열네 살 때부터 가족을 부양해왔다. 학교는 한 달 수업료 10달러를 낼 형편이 안 돼 못 다닌다. 어쨌든 옛 급우들은 모두 사라졌다. 대부분 알샤바브라는 이슬람 강경파 무장단체에 가입했다. 이 단체는 유엔의 지원을 받는 불안정한 연합세력인 과도연방정부(TFG)와 끔찍한 권력쟁탈전을 벌이며 불운한 소말리아 역사에 더욱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모하메드는 나라가 무너져 내리는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태어나던 당시 소말리아의 대통령이었던 독재자 모하메드 시야드 바레가 축출됐고, 이후 십여 년째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모하메드의 세대는 안정된 공화국의 모습이 어떤 건지를 알 길이 없지만 다른 것들에 대해선 줄줄 읊는다. M16소총, 박격포, 수류탄, 바주카포, 소리만 들어도 어떤 건지 구분할 수 있다니까요. 그가 말한다.

 

소말리아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평화기금이 발표하는 실패국가지수에서 지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테러리스트 한 명이 모가디슈 남부에 있는 시장 가판대에서 음료수와 얼음을 팔고 있다. 22세인 그는 키가 크고 몸은 말랐지만 아름다운 눈과 다정한 미소를 지녔다.

이 청년은 알샤바브의 사령관이다.

한때 이 젊은 사령관 휘하에 120명의 이슬람 전사가 있었다. 지금은 60~70명쯤 됩니다. 작년에 대화를 나눴을 당시 그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전사들은 이 나라를 떠났거나 천국에 있죠. 알샤바브의 목표는 조국을 되찾아 이슬람 정권을 세우는 겁니다. 우린 계속 싸울 겁니다. 민주주의를 원치 않습니다. 우리 손에 맡겨두면 소말리아를 통치할 수 있어요.

 

 

 

 

 

 

 

사랑은 달콤한 거짓말

{난초}

 

동물이란 족속은 식물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그저 곱게만 자라 조그만 역경에도 힘들어 하는 나약한 사람을 온실 속 화초라고 비아냥거리고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 대부분을 상실한 무기력한 사람을 식물인간이라 부른다. 허나 이게 웬걸. 식물은 아무 탈 없이 잘살고 있다. 그것도 우리 인간이 지구에 나타나기 수백만 년 전부터.

 

우리가 이동 능력, 의식, 언어에 골몰하는 동안, 식물은 한평생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조건, 즉 한곳에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을 감안해 전혀 다른 방면으로 부지런히 재주를 개발했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라면 어떻게 유전자를 퍼뜨려야 할까? 생화학이나 공학, 디자인, 색채에 정통해야 하고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을 부리는 솜씨가 뛰어나야 한다. 그러고 보니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 가운데 수도 가장 많고 종류도 다양한 편에 속하는 식물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2 5000종에 달하는 난초다.

 

현지 안내인은 녀석의 번식 전략을 성을 미끼로 한 사기술, 위사교미(수컷 곤충이 암컷과 닮은 꽃과 짝짓기하는 행동)라고 불렀다. 매춘부난초를 알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약삭빠른 식물이 어수룩한 동물을 이 정도까지 속일 줄이야.

 

이 유별난 벌난초에게 걸려드는 어수룩한 동물은 바로 호박벌의 사촌이다. 벌난초는 보답으로 꿀이나 꽃가루를 내놓기는커녕, 짝짓기를 하자고 수벌을 꾀고는 실망한 수벌이 다른 꽃을 찾게 해 꽃가루받이에 성공한다. 벌난초는 암벌의 겉모습, 냄새, 심지어 감촉까지 흉내 내 짝짓기를 미끼로 사기를 친다.

 

 

 

 

 

 

 

 

400년 전 뉴욕

 

최근 몇 년간 뉴욕 시를 찾은 가장 의외의 방문객 중 하나는

호세라는 이름의 비버였다. 녀석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태계는 서로 밀접하게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들이 형성하며 사는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비슷했다. 샌더슨은 이 네트워크를 미국의 자연주의자 존 뮤어의 이름을 따서 뮤어웹이라고 명명했다. 뮤어는 자신의 글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든 독립된 하나를 골라내려 하지만 모든 것이 절대 끊어지지 않는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우주의 삼라만상과 단단히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고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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