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무릎

 

 

나는 이 세상의 그림자

부서진 꿈들의 인수분해

연주된 지 25년 지난 바이올린의 감퇴된 식욕

지하철에 두고 내린 김치

죽고 난 뒤 나오는 보험금

죽고 난 뒤 나오는 보험금 계약서에 싸인하는 중년인의 무기력한 힘줄

하품하는 여자의

자신은 맡을 수 없는 썩은 내

집 나가서 여섯 달 째 소식 없는 이력서

범고래 아가리에 체크무늬 수놓는

철그물의 존재와

매일 소젖을 먹는 남자

자 이제 누군가 내게 말해다오

내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라고 물어본 일 없는 입술

이면지 같은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막 밖으로 내내 튀어나와 있는

그녀의 무릎

조약돌처럼, 가슴을 흐르는 강에 놓인 무릎

내려다보면 내가 물새가 되는

찰랑이고 물고기 같은

너의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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