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게 가야할 길을 정해주는 AE, 혹은 광고주가 있는가 하면

무분별하게 나열된 광고주의 니즈를 무분별하게 나열해주는 AE도 있다.

그런 경우의 특징은 대부분

이렇게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렇게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것도 좀 생각해 봐 달라고 하고 처럼

생각해보거나 실제 해야 되는 것들의 양이 극단적으로 많아지는 것이다.

3, 4년 정도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바에야

찔러 봐야 될 것들이 많을수록 하나에 집중하고 공을 들일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그런 경우, 그 모든 길을 다 가보려는 시도는 포기하고

옳은 길을 스스로 찾아서 그쪽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테면 활로라고 해야 할까.

이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을 보통은 제작 팀장이 회의를 통해 수행한다.

나를 따르라! 뭐 그런 거다.

하지만 이렇게 활로를 뚫는 역할을 팀장에게만 맡겨둘 경우

개개인은 활로를 찾는 역할을 상실하게 될 우려도 있다.

또 활로를 찾기 위한 팀장의 탐침병 노릇만 하다가

그에 만족하게 되는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내 스스로 어느 것이 활로인가,

그것이 왜 활로가 되는가를 연습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내가 가야할 길을 내 스스로 정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루트를 찾는 정해진 방법도 없을 뿐더러,

모든 길을 실제로 가보고 실행해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길로 갔을 경우의 결과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뭐는 좋고, 뭐는 나쁘다의 플러스 마이너스 경험이 골고루 있는 게 아니라

뭐는 했는데 뭐가 좋았다.

뭐는 했는데 이런 점이 안 좋았다.

처럼 지나간 길에 대해서만이 복기가 가능하다.

 

더구나 앞으로 내가 맞이할 길들도

전부 최초의 길이 될 것이다.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 혹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나만의 길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입증할 수 없는 데이터가 없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때 필요한 능력이 직관이다.

그리고 보통 팀장들은 본인의 노하우, 또는 풍부한 경험을 통해

이 직관을 습득한다.

직관이라는 강력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역시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기르게 되겠지만,

혹은 그 과정에서도 직관 향상에 필요한 능력이나 학습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누가 직관이 뛰어난가.

누구의 직관이 시대를 읽는가.

누구의 직관이 다양한 분야, 다양한 광고주들에게 유용한가.

사람들의 직관에 대해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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