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1, 찰스 디킨스, 민음사, 2009(1 1)

 

 

 

 

 

 

 

 

 많은 부분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그리고 윕슬 씨의 왕고모 보다는 비디의 도움을 더 받아 가며, 나는 마치 가시나무 덤불이라도 헤쳐 나가듯이 힘들게 알파벳을 깨우쳐 나갔다. 매 글자마다 적지 않은 고초와 할큄을 당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난 뒤 나는 그 도둑놈들 같은 아홉 개의 숫자들과 맞닥뜨렸는데, 이놈들은 매일 저녁 뭔가 새로운 술수를 써 가지고는 이리저리 변장해 대면서 도무지 식별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 장님처럼 더듬거리는 방식이었지만, 읽고 쓰고 계산하는 법을 극히 제한된 규모로나마 알아 가기 시작했다.

 

 

 

 여기, 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그녀는 두 손을 왼쪽 가슴팍에 포개어 얹어 놓으며 말했다.

 , 알아요, 마님.

 내가 만지는 게 뭐지, 그럼?

 가슴요.

 찢어진 가슴이란다!

 

 

 

 나에 대한 소녀의 멸시는 너무나 강렬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될 정도였는데, 바로 나 자신이 거기에 전염되어 버린 것이었다.

 

 

 

 , 그러니 핍, 이제 진정한 친구로서 내가 너에게 해 주는 말을 잘 듣거라. 진정한 친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가 만약 똑바른 길을 가는 걸로 비범하게 될 수 없다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걸로는 더더욱 그렇게 도리 수 없을 거다.

 

 

 

 인생에서 어느 선택된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인생의 진로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생각해 보라. 이 글을 읽는 그대 독자여,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에게 결코 묶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그 첫 고리고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높은 벽난로 선반 위에는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같은 촛대의 촛불 몇 개가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제대로 표현하자면, 방 안의 어두움을 희미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네가 태어나기 오래전 바로 이날이었단다. 그 후로 저 케이크와 나는 함께 썩어 갔지. 저것은 생쥐들한테 갉아 먹히고, 나는 생쥐의 이빨보다 훨씬 날카로운 이빨에 갉아 먹히면서 말이다.

 

 

 

 대장간은 그날 문을 닫았다. 조는 문에다 백묵으로 외출이라는 짤막한 단어 하나만을 써 놓고는 (그가 일을 쉬는 때는 아주 드물었는데, 그런 경우 그는 관례적으로 이렇게 했다.) 그 옆에다 자기가 간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게끔 화살표를 하나 대충 그려 놓았다.

 

 

 

 우리는 걸어서 읍내까지 갔다. 누나가 앞장을 섰는데, 그녀는 비버 모피로 만든 아주 큰 보닛을 쓰고 밀짚으로 엮은, 국새(國璽) 상자만큼이나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갔으며, 이 밖에도 밝고 화창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막신 한 켤레와 여분의 숄, 그리고 우산 등을 함께 들고 갔다. 누나가 이런 물건들을 고행 삼아 들고 간 것이었는지 아니면 겉치레용으로 들고 간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가 이것들을 자신의 소유 물품들로 전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길길이 날뛰기도 하다가, , 길길이 날뛰지 않기도 하다가,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란다!

 

 

 

 살인 사건 하나가 얼마 전에 일어나 아주 널리 알려졌는데, 윕슬 씨는 눈썹까지 피로 물들 만큼 그 사건에 빠져 있었다.

 

 

 

 열린 창문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는 나에게 조의 파이프에서 올라온 연기가 동그랗게 소용돌이를 그리며 떠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조가 보내는 축복 나에게 억지로 들이밀거나 내 앞에서 자랑스레 떠벌려 대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숨 쉬는 공기에 스며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축복 인 것처럼 상상해 보았다.

 

 

 

 하늘에 대고 말하건대, 우리는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해 결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눈물은, 우리 눈을 멀게 하고 우리의 가슴 위에 단단히 쌓인 지상의 흙먼지 위에 내리는 단비와 같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어느 쪽 편에 서서 변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법정 전체를 맷돌로 갈아 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식으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자신의 가장 나쁜 단점과 비열한 면모를 대개 우리가 가장 경멸하는 사람들 때문에 드러내곤 하는 법이다.

 

 

 

 , 이보게 친구, 인생이란 서로 나뉜 수없이 많은 부분들의 ㅈ비합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대장장이고 어떤 사람은 양철공이고 어떤 사람은 금 세공업자고, 또 어떤 사람은 구리 세공업자이게끔 되어 있지. 사람들 사이에 그런 구분은 생길 수밖에 없고 또 생기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지. 오늘 잘못된 뭔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내 탓이다. 너와 난 런던에서는 함께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사적(私的)이고 익숙하며, 친구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그런 곳 외에 다른 어떤 곳에서도 우린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앞으로 넌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텐데, 그건 내가 자존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저 올바른 자리에 있고 싶어서라고 해야 할 거야. 난 이런 옷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난 대장간과 우리 집 부엌과 늪지를 벗어나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대장장이 옷을 입고 손에는 망치, 또는 담배 파이프라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너는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야. 혹시라도 네가 날 다시 만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땐 대장간에 와서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대장장이인 이 조가 거기서 낡은 모루를 앞에 두고 불에 그슬린 낡은 앞치마를 두른 채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도록 하거라. 그러면 넌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다. 난 끔찍이도 우둔한 사람이지만, 오늘 이 일에서는 마침내 어느 정도 올바른 결론을 뽑아 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보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겠네. 사랑하는 내 친구, , 하느님의 축복을 빌겠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에 비하면 이 세상의 다른 사기꾼들은 모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