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

 

 

늙은이들은 곧잘 가난으로 시를 쓴다.

때로는 교수쯤 되는 전혀 가난하지 않은 이가

어린 시절의 가난을 쓰고, 때로는 그 나이 되도록

여전히 가난하며 가난하게 죽을 이가 가난에 대해 쓴다

혼자 살고 싶은 욕심에 1750만원 빚진 채 살고 있던 나는

어느 날 시를 쓰고 싶어 스타벅스에 간다.

27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신한 체크카드로 결제해서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 해서 마신다. 뽕을 뽑자고 4시간

을 꼼짝 않는다. 마지막으로 빨대와 티슈와 일회용 슈가를

몇 봉 훔친다. 아예 똥도 여기서 싸고 가자고 들어가 앉는다.

유한 킴벌리 두루말이 휴지를 가방에 넣을까 말까 하다 떨어뜨린다.

문밖으로 또르르 또르르 풀려나간다. 휴지 끝을 잡고

살살 잡아당겨 보지만 당길수록 점점 더 풀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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