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신

 

 

나보다 12살 어린 여자에게

뭐해요? 라는 문자를 보내고

세상으로부터의 답신을 기다린다

커피색 또는

악마의 겨드랑이 털

빛으로 꼭 꼭 뭉쳐있는 핸드폰 액정화면을 헤치고

성수를 뿌린 낫을 휘두르며 번쩍 하며

메시지가 도착하길 기다린다

때로는 뻣뻣이 뻔뻔하게 기다리고

때로는 숲에 숨은 말처럼 기다린다

12년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문자를 위해

온몸의 전선들을 꺼내 이어 붙여놓고

휴대폰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다

12년마다 한 번

저한테 왜 이러세요

아저씨 연령대에 맞게 노셔야죠

성수를 뿌린 은빛 낫처럼

아름답게 베어질 순간을 기다린다

부끄러워 웃음이 핀다

나는 부끄럽게 피는 꽃이라고

 

그런 게 꽃일 리 있나

나는 부끄럽게 피는 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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