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무섭지 않은 날
죽는 게 무섭지 않은 날은
불행한 날이다 살다 보면 그런 날들이
산다
타인의 웃음소리가 거슬리는
타인의 브래지어가 열리고
로케트 주먹이 내 아구창을 날려버리는
버스정류장 뚫고 핀 민들레보다
더 피로한 날이.
버스가 사람을 삼키고 방귀를 뀌며
또 욕지거리를 하거나 잘근잘근 씹어
소화된 파김치들이
되고 남은 인류의 쪼가리들이 정류장에 내려설 때
철푸덕 철푸덕 그 힘든 소리를
2010년생 민들레는 호기심으로 듣는다.
그런 날은
똥처럼 쏟아져 삮아내리는 날은
죽는게 무섭지 않다.
행복한 기억이 날 떠올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