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아버지가 줄어들고

아버지 껍질이 늘어나 방바닥에 흩어진다

아버지 껍질을 발로 해치고 나아가

아버지를 흔들어 깨운다

아버지

축축하고 물컹한

노인이 되어선 시를 쓰지 말아야지

쓰더라도 누워서 써야지

아버지가 껍질을 자꾸 뱉어대며 잠든 동안

방바닥

그보다 아래

다 쪄진 고구마를 기다리는 대지

아버지의 방엔 젖은 솥 냄새가 나고

아버지는 점차

아버지가 아니게 되고 있다

아버지를 깨우는 동안

손이 축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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