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병든 낙엽을 밟으며

병이 옮아 오기를

산이 낮아 지기를

날이 짧아 지기를

새가 무거워 지기를

기도했다

기도가 막혀 죽어가는 여자를

강간하는 만화책을 보며

이 책을 빌려 집으로 오는 동안

내가 이미 지고 있었음을 알았다

피기도 전에 지는 게

지기는 게 습관이다

핀 채로 태어나 주욱

병든 낙엽 일부는 산자락에

일부는 신발 고무 밑창에 남아

합창을 한다

겨울을 부른다

잔뜩 찢어진 가을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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