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크리스마스는

 

 

 

현재 시간 새벽 2 15.

일을 1차 마무리하고 수정 사항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지난 3개월 가량을 되돌아본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지 않기 위해

여자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애를 썼던 지난 3개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살아온 그 동안의 삶이

여자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는 순간

숭고한 어떤 종교가

거리와 지하철을 오가며 마이크로 시끄럽게 불신지옥을 외침으로 인해

스스로 제 가치를 변질시키듯

그렇게 내 삶을 가치 절하 시켰던 것 같다.

 

반성한다.

 

결국 어렵사리 성사 시켰던 총 4번의 소개팅에도 불구하고

올 크리스마스 또한 혼자 보내게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홀로 즐기기 위해

49 5천원을 주고 라바짜 구찌니 캡슐 에스프레소 머쉰을 구입하고

밤새 읽을 책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J.M.쿳시의 <운 나쁜 해의 일기>

준비해 놓았다.

캐롤 CD도 한 장.

반쯤 남은 호세 쿠엘보 데낄라도 한 병 있고.

눈이 뻐근해지면 들여다보려고

한효주와 티파니의 사진도 하나씩 프린트 해 놓았다.

(컴터와 TV가 없기 때문에 프린트 해서 본다)

 

이렇게 다 준비 해놓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니

뭐랄까

성스런 무덤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런 캐롤도 있지 않은가.

~일런 나이트~ 어두운 밤~

물론 많은 이들이 백악관 나이트로 몰려갈 밤이겠지만.

 

주변에서는 최후의 조언으로서

미모의 여성의 노다지랄 수 있는 곳

교회를 추천해줬다.

이건 천사의 속삼임인가 악마의 속삭임인가?

 

그러나 아무리 내가 태어나 30년 이상을

쉴 새 없이 타락해왔다고는 하지만

여자 사귀려는 목적으로 교회는 못 가겠고

회초리 맞을 걸 알고 엉덩이를 미리 단련하는 청소년처럼

마음 구석구석에 장판을 깔고 있다.

바람 들지 않도록 문풍지도 바른다.

흰 눈이 예쁘게 내리지 말기를 기도한다.

 

오늘처럼

지난 시간을 잠시 더듬어 볼 때면 늘 궁금해지는 건데

지난 석 달을 되돌아 보는 지금의 30분은

지금을 사는 걸까 과거를 사는 걸까

 

과거의 나를 떠올리고

과거의 나를 찾아가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는 시간은

과거의 시간의 재생일까

새로운 현재의 시간일까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라바짜 구찌니 에스프레스를 나눠 마시며 꼭 물어봐야지.

그때가 비록 내년 봄이나 여름이더라도

꼭 같이 캐롤을 들어봐야지.

 

수정사항이 왔다.

길고 해야 할 일이 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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