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엉덩이를 좋아하는 나는

길에서 지나치거나 앞서가는 여성의 엉덩이를 즐겨 바라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세상에 참 똑같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많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캘빈클라인 진

(그 중에서도 거대한 말발굽 모양의 스티치가 엉덩이 포켓에 하나씩 박혀있는

작년 봄 가을 엄청나게 유행 했던 제품)은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진"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렇게 너도 나도 입고 다니는 이유 중에는

최신 스타일을 따라가거나 소화함으로서 자신의 감각을 드러내거나

만족시키려는 욕구가 있을 것이고

혹은 유행을 떠나서 그 제품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가능성도

구글 분의 1 정도로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이 유행 아이템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센스나, 소비 방식, 스타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똑같은 청바지를 너도 나도 입을 경우에 자연히

쉽게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런 것이다.

"똑같은 청바지를 입어도 누구는 저렇게 섹시한데 누구는... 참..."

 

안 그러려고 해도,

강남역 거리에서 불과 3분만 걸어도 3~4명 정도 여자가 똑같은 캘빈클라인 진을 입고

지나치면, 더구나 지금 유행하는 캘빈클라인 진은 몸에 피트되어 몸매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누구 몸매가 좋고, 누구 다리가 예쁘고,

누구 엉덩이가 쳐졌고, 누구 허벅지가 참을 수 없는 지가

참으로 일목요연하게 비교되는 것이다.

 

마치, 색의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배경으로 동일한 검은색이나 흰색을 깔아 놓는 것처럼

똑같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들의 엉덩이와 다리는

저절로 비교가 되고 우열이 매겨지고는 한다.

내가 그러려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좌우 눈금 빼곡한 제도용지에

자기들 스스로가 올라가 나란히 눕는 격이다.

 

그러므로 나는 저 유행이라는 것이,

유행을 쫓지 않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유행을 쫓는 사람도 바보로 만들지만

유행을 쫓는 사람들 중에서도 또 바보를 나누어 놓는 모습이

참으로 재밌어 웃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여성들이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내가 생각할 때 그건 잘못된 상식인 것 같다.

마치 육상 트랙을 동시에 뛰어가는 육상 선수들처럼

저 유행이라는 트랙에서 누가 더 뛰어나게 그것을 소화하며

누가 예선 탈락감인지가 한 눈에 적나라하게 비춰지는 저

경쟁 구도를 보면 여자들이야말로 진정

스포츠와 승부를 즐기는 것으로 보여지니 말이다.

 

사실 이건 작년 여름 즈음

하도 똑같은 CK진이 많길래 생각했었던 거고

 

요즘은 아이폰이 유행이라 한다.

 

아이폰이라 하는 핫트랜드와 그것의 '접근해옴'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움찔" 하는 걸 보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아이폰이

평소 자신이 원하던 기능이나 디자인을 담고 있어서 인기라기 보다는

막상 요모조모 살펴 보니(searching) 이런 것도 되고 저런 것도 좋고 와 멋진데?! 그런 식이라는 것이다.

(물론 앞의 국민 청바지 CK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빠름, 감각, 세련됨, 멋스러움, 구입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기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시대가 놀랍게 진보하다 보니

자신의 욕망 조차도 자신이 개발하기 보다

미디어나 제품 생산 기업이 개발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요러요러한 게 나오면 좋겠다"에서

"다음엔 또 어떤 기대하지 못한 게(하지만 나를 만족시켜줄) 나올까?"로 의식이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종류의 '사육'의 형태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아이폰과 만나는 접점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도 모르던 자신의 욕구를 발견

또는 창작해내는 것인데

결국은 이런 작용을 보다 보면,

그 원인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나 싶다.

 

삶이 재미가 없구나, 다들...

 

그게 설령 한 순간의 유행일지언정

뭔가가 자신을 자극해주길 바라는구나 싶다.

자기 자신조차 모르던 욕구를 새로운 제품(또는 유행)이 발굴해주길 바라고

제품 구매(유행 편승)를 통해서 다시 또 하나의 욕구를 만족시켰다는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구나 싶다.

 

결국은 아이폰이 채워주지 못했거나

또는 아이폰이 발굴해내지 못한 나의 욕구를 발굴해내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것이고

새로운 유행이 찾아올 것이 뻔하고

그러므로 지금의 만족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텐데도

그 마지못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쁨이나 행복, 만족이,

예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산불처럼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활활 타오르면 좋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라이터 부싯돌처럼

스파크만 몇 번 일으키고만다.

 

그나마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여자친구는 없고...

 

기다림은 끝없고...

 

올해도 다 갔고...

 

아이폰 구매 정도로 행복해질리도 없고...

 

 

 

 

ps. 내가 욕구하는 핸드폰, 내가 꿈꾸는 드림 휴대폰은 출시된적이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컨셉화 하면 이렇다.

 

    "사용 설명서가 없는 핸드폰"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지 못하는 요즘  (0) 2009.12.17
뭐가 이리 어려워!!!  (0) 2009.12.15
드림폰  (0) 2009.12.07
내 신발은 닳지 않는 신발  (0) 2009.12.01
쓰기와 꿰매기  (0) 2009.11.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