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 문학동네, 2009(1 3)

 

 

 

 

 

 

 말끝마다 후배기자들의 이름 석자를 거듭 불러댐으로써 상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확인시키려는 데스크들의 말버릇에 문정수는 익숙해져 있었다.

 

 

 

 물에 젖은 하루의 일이 끝나는 새벽 기자실에서 문정수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눈빛을 생각했다. 고요히 집중된 눈빛이었다. 수사할 수 없고 기소할 수 없는, 취재할 수 없는 그 눈빛은 지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선배, 옷을 좀 단정히 입을 수 없어? 외양만이라도 좀 남들처럼 해봐.

 ……, 이게 뭐 어때서. 남들도 나처럼 안 하는데 뭐.

 

 

 

 ……조용해. 절도, 폭행, 음주난동뿐이야. 늘 하던 지랄이야. ……아주 조용해…… 적막강산이지.

 

 

 

 -, 문정수. 현장은 됐어. 애 엄마를 찾아. 엄마를 만나서 빈민가족의 해체 배경과 아이가 고립된 과정을 취재해. 아주 자세해야 돼. 이럴 땐 정책을 까는 것보다 디테일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알잖아. 애 엄마를 찾아.

 

 

 

 맑은 날 노을이 내릴 때 바다의 비린내는 가볍고 날카로워졌는데, 노인들은 먼 노을쪽에서 간장 달이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소금은 노을 지는 시간의 앙금으로 염전에 내려앉았다.

 

 

 

 공기가 말라서 바람이 가벼운 날에 바다의 새들은 높이 날았고 새들의 울음은 멀리 닿았다. 그런 날 햇볕은 염전 바닥에 깊이 스몄는데, 늙은 염부들은 소금 오는 소리가 바스락거린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대중화는 힘겹고 또 느리게 밀고갈 수밖에 없을 터이지만, 인문화된 대중의 힘이 거꾸로 출판의 갈 길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할 때 사장의 눈은 자부심으로 빛났다.

 

 

 

 타이웨이 교수는 사장과 악수했다. 그에게서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의 체취와 비슷한, 몸속 깊은 곳에서 스며나오는 냄새가 풍겼다. 시간이 사람의 몸속에서 절여지면 이런 냄새가 날 것이라고 노목희는 생각했다.

 

 

 

 서남경찰서 형사계장은, 수사의 방향을 열어놓고 있다고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했다. 문정수 기자는 그 말을 아무런 방향도 설정할 수 없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열어놓고 있다는 말은 닫혀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문정수. 오금자 그 여자 말이야, 다 잡은 걸 놓친 거 아냐? 넌 냄새는 잘 맡는데, 무는 힘이 약해. 사건기자는 개처럼 콱 물어야 하는데 말야.

 

 

 

 어둠의 저쪽에서 입을 열어서 그런 단어들을 발음하고, 그 목소리를 전화로 보내오는 인간의 존재가 먼 섬처럼 떠올랐고, 택시로 그 섬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 논은 있지만 값이 없는 거야. 살 놈이 있어야 값이 있지.

그저 두부 한 모 값이라고 알면 돼.

 늙은 부동산 중개인은 말했다.

 

 

 

 디자인은 장식이나 부수적 요소가 아니며,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따라서 진실의 일부라고 타이웨이 교수는 추신에 적었다.

 

 

 

 - 색연필은 존재감이 약해. 그걸로 강한 걸 표현하러면 재료의 약함을 거역하지 말아야 해.

 

 

 

 바다사자는 바람 부는 쪽으로 콧구멍을 벌름거렸고 그물망 사이로 혀를 내밀어 배 바닥에 고인 물을 핥았다.

 

 

 

 혼인은 사랑이나 열정이라기보다는 자연현상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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