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말끝마다 후배기자들의 이름 석자를 거듭 불러댐으로써 상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확인시키려는 데스크들의 말버릇에
물에 젖은 하루의 일이 끝나는 새벽 기자실에서
……선배, 옷을 좀 단정히 입을 수 없어? 외양만이라도 좀 남들처럼 해봐.
……왜, 이게 뭐 어때서. 남들도 나처럼 안 하는데 뭐.
……조용해. 절도, 폭행, 음주난동뿐이야. 늘 하던 지랄이야. ……아주 조용해…… 적막강산이지.
-야,
맑은 날 노을이 내릴 때 바다의 비린내는 가볍고 날카로워졌는데, 노인들은 먼 노을쪽에서 간장 달이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소금은 노을 지는 시간의 앙금으로 염전에 내려앉았다.
공기가 말라서 바람이 가벼운 날에 바다의 새들은 높이 날았고 새들의 울음은 멀리 닿았다. 그런 날 햇볕은 염전 바닥에 깊이 스몄는데, 늙은 염부들은 ‘소금 오는 소리가 바스락거린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대중화는 힘겹고 또 느리게 밀고갈 수밖에 없을 터이지만, 인문화된 대중의 힘이 거꾸로 출판의 갈 길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할 때 사장의 눈은 자부심으로 빛났다.
타이웨이 교수는 사장과 악수했다. 그에게서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의 체취와 비슷한, 몸속 깊은 곳에서 스며나오는 냄새가 풍겼다. 시간이 사람의 몸속에서 절여지면 이런 냄새가 날 것이라고 노목희는 생각했다.
서남경찰서 형사계장은, “수사의 방향을 열어놓고 있다”고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했다.
-야,
어둠의 저쪽에서 입을 열어서 그런 단어들을 발음하고, 그 목소리를 전화로 보내오는 인간의 존재가 먼 섬처럼 떠올랐고, 택시로 그 섬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 논은 있지만 값이 없는 거야. 살 놈이 있어야 값이 있지.
그저 두부 한 모 값이라고 알면 돼.
늙은 부동산 중개인은 말했다.
디자인은 장식이나 부수적 요소가 아니며,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따라서 진실의 일부라고 타이웨이 교수는 추신에 적었다.
- 색연필은 존재감이 약해. 그걸로 강한 걸 표현하러면 재료의 약함을 거역하지 말아야 해.
바다사자는 바람 부는 쪽으로 콧구멍을 벌름거렸고 그물망 사이로 혀를 내밀어 배 바닥에 고인 물을 핥았다.
혼인은 사랑이나 열정이라기보다는 자연현상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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