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럭거림
걸그럭거린다
걸그럭거린다
사람 들끓는 시간 번화가에 가면
수많은 연인들이 걸그럭거린다
잔뜩 찌푸린 노인들이 길을 막으며 떠듬거릴 때 눈에 걸그럭거리듯
나란히 걸어가는 연인들이 눈에 걸그럭거린다
노인들의 모습은
피할 수 없는 내 미래를 떠올리게 하기에 걸그럭거리고
연인들의 모습은
내가 미처 갖지 못할지도 모를 미래를 떠올리게 하기에 걸그럭거린다.
하나는 피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걸그럭거리고
하나는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무력감으로 걸그럭거린다.
이 두 개의 두려움은 결국
욕심이 만족되지 못할까 봐 찾아오는 공통의 두려움
이곳, 이들이 끊임없이 내 눈에 걸그럭거리는 것은
결국 이들의 삶이 내 삶과 중첩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저들과 다르게 살고 싶을지라도
나는 결국 저들 중 어딘가에 있거나 저들 중 어딘가에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인간들 속에 살면서 인간답지 않기 위해서는
신을 찾거나 신성에 가까울 정도의 ‘스스로 만족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의 어려움을 떠나서,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우위에 서길 바라는 세속도시의 논리 속에서
그 같은 능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욕심과 두려움.
그런 것들이 인간을 분발하게 하고 경쟁시키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 구분 짓는다.
누군가는 나를 부럽게 하고 누군가는 내게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저 걸그럭거리는 연인과 노인들이 그러하듯이.
그 틈바구니에 설 것을 뻔히 알면서
기도하거나 명상의 시간을 갖는 대신
그 시간 저들 사이를 배회하는 것은
내가 저 세속도시의 바퀴들 중 하나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눈 주위의 이 시끄러움, 걸그럭거림도 결국은
내 욕심을 향해 맹렬히 돌아가는 ‘내 소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