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통합본), 더글러스 애덤스, 책세상, 2009(초판 5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포드는 그를 무시하고 말했다. “시간은 환영(幻影)이야. 점심시간은 두 배로 더 그렇지.”
은하계에서 단지 여섯 사람만이 은하계 대통령의 임무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포로들은 시 감상용 의자에 꽁꽁 묶여 앉아 있었다.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는 초공간 속에서 지루하게 빈둥거리는 짓 따위를 하지 않고서도 별들 간의 광대한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여행할 수 있는 놀랍고도 새로운 방법이다.
전 은하계의 모든 지적인 생명체들에게 인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지적이지 않은 분들, 비결은 불이 번쩍할 때까지 돌을 마구 부딪치는 겁니다.
뿌연 안개에 싸인 저 과거의 옛 시절, 전대(前代) 은하 제국의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시절에는 인생은 멋지고 풍요로웠으며 대략 면세였다.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많은 종족들은 우주가 일종의 신 같은 것에 의해서 창조되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빌트보들 제6행성의 자트라바티드인들은 전 우주가 ‘위대한 초록 아클시저’라는 존재가 재채기할 때 그 코에서 튀어나왔다고 믿는다.
자포드가 우겼다. “이봐, 소유는 도둑질이야, 알겠어? 그러니까 도둑질은 소유이기도 하지. 그러므로 이 우주선은 내 거야, 맞지?”
그가 보기에 지구인들은 너무너무 명백한 사실들을 계속해서 말하고 또 말하는 괴상한 버릇이 있었다. ‘아, 좋은 날씨로군’ 이라든지 ‘키가 상당히 크시군요’ 라든지 ‘그래서 이걸로 끝이군, 우리는 죽는 거야’ 같은 소리들 말이다.
“내가 어찌 알겠어요? 과거란 현재의 나의 육체적 감각과 마음 상태 사이의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이 말했다.
그 다음으로 그는 책상이 어떻게 반응하나 보려고 일주일 동안 책상에다 말을 걸어보았다.
“너희의 신이 정원 한가운데다 사과나무를 하나 심고는 이렇게 말하지,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마음대로 해라. 얘들아, 하지만 그 사과는 먹으면 안 돼. 자, 기대하시라. 다음 순간, 그 사람들은 그걸 먹고, 신은 덤불 뒤에서 펄쩍 뛰어나와 ‘걸렸지’ 하고 외치는 거야. 그 사람들이 그걸 안 먹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을 거야.”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시간은, 말하자면, 길을 잃고 헤매기엔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장소다.
“안내서에 쓰여 있기로는, 나는 데도 기술이 있대. 아니, 요령이랄까. 요령이 뭐냐 하면, 땅바닥을 향해 몸을 던지되 그 땅바닥이라는 목표물을 놓치는 거래.”
자기가 우주의 수많은 생각들 중 하나이고, 우주도 자기의 생각인 것만 같았다.
그는 우연히 발견한 항목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엑센트리카 갈룸비츠, 이 여자 혹시 만나본 적 있으세요? 에로티콘 제6행성의 가슴 셋 달린 창녀 말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이 여자의 성감대가 실제 신체에서 사 마일 밖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죠. 제 의견은 좀 달라요. 제가 보기엔 오 마일이에요.”
이 우주선의 놀라운 점은 잘 만들어졌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전혀 잘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 어쨌든 만들긴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에 있었다.
뒤로 물러나면 물러날수록 점점 더 겁이 났다. 얼마 후 그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가 본 모든 영화들에서는, 주인공이 공포의 대상이 자기 앞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뒤로 물러나면 그 괴물이 오히려 뒤에서 덮치곤 했기 때문이다.
로봇을 치우려고 해봤지만, 로봇이 슬픔으로 몸이 무거워진데다 깨물려고 덤벼들어서, 그는 그냥 되는 대로 보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서 덴트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스트로매틱 추진기로 인해 시간과 거리는 하나이며, 마음과 우주는 하나이며, 인식과 현실은 하나라는 것, 사람은 여행을 많이 할수록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일단 새의 말을 배우게 되면 머지않아 허공에서 새의 말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저 무의미한 새들의 수다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피해 도망갈 데가 없었다.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사브는 분노로 이글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아서는 떠나는 자동차 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꼬락서니는 마치 오 년 동안 자신이 장님이 된 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너무 큰 모자를 쓰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달은 물기를 촉촉이 머금은 채 하늘에 떠 있었다. 방금 세탁기에서 꺼낸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온 종이 한 뭉치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다림질을 해야, 간신히 그것이 쇼핑 목록인지 오 파운드 지폐인지를 분간할 수 있는 그런 꼬깃꼬깃한 종이들 말이다.
“여름만 되면, 저녁 때, 특히 공원에서 태양빛이 그렇게 낮게 깔리는 이유는…….” 열띤 목소리 하나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여자애들의 젖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걸 육안으로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이게 바로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이냐고요?” 아서가 말했다. 그는 허허로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망망대해가 얼마나 얕으냐고 물어보죠?” 그가 물었다. “태양이 얼마나 차가운가요?”
<젊은 자포드 안전하게 처리하다>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탐사가 특히 광적인 지경에 도달했던 한때, 어느 똑똑한 젊은이가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완전 소진해버리지 않았던 유일한 장소를 갑자기 발견해냈다. 과거였다.
<대체로 무해함>
사실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여행하는 것은 없다. 나쁜 소식 정도라면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나쁜 소식은 자신만의 특별한 법칙을 따르는 법이다.
알킨투플 마이너 행성의 힌지프릴인들은 나쁜 소식을 동력으로 쓰는 우주선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그 우주선은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어찌나 냉대를 받았는지, 가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스스로를 속일 수 있다면 누구라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우주가 아닌 이유는, 사실 주어진 모든 우주는 그 자체로 어떤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말해서 SWOGMM, 즉 온갖 종류의 총체적 혼란Whole Sort of General Mish Mash이라고 알려진 것을 바라보는 한 가지 방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땅과 물이 만나는 곳. 흙과 공기가 만나는 곳. 육체와 정신이 만나는 곳. 공간과 시간이 만나는 곳. 우린 한 쪽에서 다른 한쪽을 보는 걸 좋아하지.”
“자넨 자네가 보는 걸 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것을 볼 수 없어. 자넨 자네가 아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알 수 없어.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은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에 보태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같은 게 아니니까. 그건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을 대신할 수도 없어. 왜냐하면 그건 자네 자신을 대신하는 게 될 테니까.”
“잠깐만요. 이 말을 받아 적어도 될까요?” 아서가 흥분해서 호주머니에서 연필을 찾으려 뒤적거리며 말했다.
“우주 공항에서 복사본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런 건 널려 있으니까.” 노인이 말했다.
“믿음을 가지시오.” 스래시바그 할아범이 말했다. “아니면 불 속에서 타든가!”
그들은 할아범한테 제일 먼저 샌드위치를 고르라고 했다. 그러는 쪽이 제일 간단해 보였다.
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또한 이상한 장소에 살고 있다. 각각 자기만의 우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우주에 거주하게 하는 사람들은 우리 우주와 교차하는 전혀 다른 우주들의 그림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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