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0년 1월
잠들지 않는 혼령들
오늘날 중국을 보면 결코 보수적이라고 할 수 없고 심지어 조상들에게 무심한 지경이다. 택지 개발로 묘지가 사라지고 많은 농촌 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해 청명절이 돼도 고향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후손들이 ‘가상 무덤’을 돌볼 수 있게 해주는 웹사이트가 있어 일부는 온라인 성묘라도 하려 한다.
아름다운 우정
산호초 물고기 중엔 성(性)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녀석들이 많은데, 대부분 놀래기과나 파랑비늘돔처럼 암컷에서 수컷으로 바뀐다. 그러나 클라운피시는 수컷이 암컷으로 바뀌는 몇 안 되는 종 중 하나다. 우두머리 암컷이 죽으면 우두머리 수컷이 우두머리 암컷으로 변하고 나머지 어린 물고기 중 가장 큰 녀석이 우두머리 수컷 자리를 물려받는다. 어떤 호르몬이 이런 성전환을 일으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성공신화
“MM(고문장관:Minister Mentor)이요? 어머나, 세상에! MM을 만나러 간다고요? 정말입니까?” 줄임말을 즐겨쓰는 싱가포르인들이 LKY라고 부르는 리콴유는 ‘국부(國父)’ 이상의 존재다. 그는 싱가포르를 고안해낸 사람이다. 그는 플라톤의 <국가론>과 친(親)영국적 엘리트주의, 확고부동한 경제실용주의, 그리고 엄격한 법치주의 등을 정확한 비율대로 섞어 마치 과학 공식을 세우듯이 싱가포르를 건설했다.
흔히들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레이반도 남단에 위치한 이 작은 섬은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만 해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늪지대였다. 그러나 불과 한 세대만에 이름난 능률사회로 탈바꿈 했다. 370만 인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여러 유럽국가들보다 많고, 교육 및 의료 체계는 서구와 맞먹는다. 정부 관료들은 대체로 청렴하고,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내 집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걸 이룩하기 위해 몇몇 싱가포르인들이 말하는 ‘커다란 당근과 육중한 채찍’, 즉 인센티브와 징벌책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당근’이다. 금융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건설붐과 소비열기는 꺼질 줄을 모른다. ‘당근’이 있으면 ‘채찍’이 있기 마련이다. 2003년에야 철폐된 그 유명한 껌 판매 및 유통 금지 조치와 차량에 스프레이 낙서를 할 경우 태형에 처하는 것 등이 대표적 예이다. 그렇다면 인종 분규나 종교 분쟁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어떻게 접근할까? 분쟁 자체가 용납이 안 되고, 다른 사람의 지갑을 노리는 사람 역시 한 명도 없다.
싱가포르를 보면 번영과 안전의 대가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가 확연해진다. 많은 사람이 주장하듯 사회구조적으로 열심히 일해야 살 수 있는 일벌레들의 나라, 집권당이 엄격한 법을 집행하고(공항 입국 카드에 빨간 글씨로 마약 밀매시 ‘사형’이라고 적혀 있음)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며, 금융투명성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런 나라에서 정말 살 가치가 있을까?
리콴유는 그 유명한 ‘싱가포르 모델’을 진두지휘했다. 천연자원도 없고 여러 인종이 뒤섞인 작은 섬 나라를 ‘싱가포르 주식회사’로 변신시켰다. 그는 통신 및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외국 자본을 유치했고,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으며,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를 민간기업 수준으로 지급해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정부를 만들어냈다. 또한 부정부패가 근절될 때까지 이를 엄격히 단속했다.
“사회를 이끌어나가려면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합니다.” 고문장관이 정확한 빅토리아식 영어로 말했다. “나는 항상 인간의 속성이 동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왔어요. 유교에서는 인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지만 과연 그럴까요. 훈련이 필요하고 징계도 필요해요.”
싱가포르인들의 심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단어가 있다면 ‘키아수(kiasu)’로 ‘질까봐 두려움’이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는 학생들을 열 살 때부터 시험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우수한 학생들은 ‘특별반’, ‘속성반’을 이수해 상위 계층이 되고, ‘보통반’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공장이나 서비스 부문으로 진로가 결정된다.
거리에서는 생각보다 순찰을 도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경찰은 우리 머릿속에 상주하고 있거든요.” 한 싱가포르인이 말한다.
이 나라역사상 야당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이 네 명밖에 없다보니 집권당은 무소속 지명직 의원을 둬서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건설적인 반대의견을 수용하면서 합의를 통해 국정운영을 하는 정보’란 이미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슈금홍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임으로 끝났다.
보호구역 언덕에 오르면 도시국가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올라와 보니 전망은커녕, 녹슬어가는 통신탑과 철조망 울타리에 ‘보호구역’이라는 그림이 그려진 경고판이 전부다. 양손을 치켜든 사람에게 군인이 총을 겨누고 있다.
정신과의사 캘빈 폰스에게 이 얘길 들려줬더니 “그것 보세요. 그게 우리가 이룩해낸 진보를 보여준다닌깐요.” 그가 말했다. “몇 년 전에도 지금과 똑 같은 경고문과 푯말이 있었어요. 다른 것은 남자가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죠.” 그러고는 싱가포르 사람이니까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겠냐며 껄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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