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제주도에선 바람이 불고 무릎이 아팠다
날이 차고
비와 안개가 날았다
아픈 무릎으로 절물* 주위를 걷는 동안
지구의 무릎은 어디일까 궁금해졌다
존댓말과 반말 사이에
무릎은 어디쯤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무릎은 이응일까 디귿일까 피읖일까
흡
그저 과정일까, 생각하는 동안
한라산은 구멍 숭숭 몸을 부수수
어디 나무 둥치에다
무릎 놓고 내려온 바람이 흔들거리다
동냥하듯 주저앉아
바닥 잎사귀 몇 개 집어 던져뿝니다
무릎 관절에 단단히
떳떳함을 드라이버로 쪼여놓고 싶은데
덜컹 목이 쳐 날라가는 자음들
가만히 지구 위에 놓인 이응들
웅 웅 삐걱
집 같은 두 무릎
* 제주도의 한 지역. 절 옆에서 솟는 물에서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