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J.M.쿳시, 동아일보사, 2009(개정판 7쇄)
그것은 그의 기질이다. 그의 기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그의 기질은 고착되어 있다. 기질과 두개골은 몸에서 가장 딱딱한 두 부분이다.
교수란 종교적인 시대가 지난 후에는 사무원에 불과하다.
왜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던가? 그는 이렇게 얘기했어야 한다. 나는 사과 속에 든 벌레 같은 인간입니다.
“우선 사실을 분명히 합시다. 그 얘기가 어느 정도 사실입니까?”
“전부 사실입니다. 나는 학생과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심각했습니까?”
“심각하다는 게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거나 더 좋게 만듭니까?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모든 연애는 심각한 겁니다. 심장마비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의 정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래서 창녀가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꼴불견의 황홀경을 참아달라고.
“마나스, 우리는 어제 참회에 대해서 얘기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얘기했어.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나는 학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출두했어. 나는 세속적인 위원회 앞에서 세속적인 유죄를 인정했어. 유죄 인정만으로 충분해야 해. 참회는 여기서도 아니고 저기서도 아니야. 참회는 다른 세계, 담론의 다른 세상에 속하는 거야.”
“… 너나 베브가 하는 일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동물복지에 관계된 사람들이 특이한 종류의 기독교인들 같아 보인다. 모든 사람이 너무 즐겁고 선의가 지나쳐, 얼마 후에는 몸이 근질거려 밖으로 나가 강간을 하고 약탈을 하고 싶겠어. 아니면 고양이를 발로 차버리든가.”
그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잔인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도살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영혼에 딱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습관은 사람을 굳어지게 만든다.
그것은 사물들의 눈물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네(Sunt lacri-mae rerum, et mentem mortalia tangunt).
그는 며칠동안 블랙커피와 시리얼로 버티며, 바이런과 테레사에게 매달린다. 냉장고는 비어 있다. 침대는 엉망이다.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온 나뭇잎들이 마룻바닥에 흩날린다. 그는 생각한다. 상관없다.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지내게 하라.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탐내면, 종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이 고발의 밑바닥에 깔린 것이었다. 문학의 반은 그것에 관한 것이다. 종족을 위하여, 나이든 남자들의 무게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젊은 여자들.
그와 멜라니 사이에는 스무 줄의 좌석이 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그녀가 공간을 가로질러 그와 그의 생각을 냄새로 맡을 수 있기를 바란다.
“교훈이 뭣이었나?”
“당신 부류와 같이 있으라는 것이지.”
당신 부류, 그에게 그의 부류가 누구인지 말하는 이 애는 누구인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모든 분별력을 초월하려 서로의 팔에 안기게 만들고, 그들을 친족이자 같은 부류로 몰아붙이는 힘에 대해서 그는 뭘 알까?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자신을 완성시키고자 한다(Omnis gens quaecumque se in se perficere vult). 완벽해지려고 몰리고, 여자의 몸 속 깊숙이 들어가려고 몰아붙이고, 미래를 존재하게 하려고 몰아붙이는 세대의 씨. 몰아치고, 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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