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10(1 2)

 

 

 

 

 

 

 꿀벌 이야기에서 꿀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람 이야기에선 돈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재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목석답게 그는 트라우트의 소설이 그런 서점에서 그런 이상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아주 지저분한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트라우트와 포르노의 공통점은 섹스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이 관대한 세계에 대한 환상이라는 점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종종 호주머니에 피임기구를 갖고 다니는 저 아이에게 불안과 역겨움을 느낀다오. 또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소년의 아버지에게도 불안과 역겨움을 느끼는데, 그건 전후의 풍요로움 덕분에 버릇이 잘못 든 아이와 녹색 눈을 한 소군주 같은 아이가 더 있기 때문이라오.

 

 

 

 난 이 버림받은 미국인을 사랑할 거요. 비록 쓸모없고 볼품 없는 사람들이지만. 바로 그게 나의 예술작품이 될 거요.”

 

 

 

 엘리엇은 모든 근심 걱정을 뒤로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온갖 악몽에 시달리는 듯 보이는 것은 작고 불결한 사무실 화장실의 변기였다. 변기는 탄식했고, 흐느꼈고, 물에 빠진 것처럼 꼬르륵거렸다.

 

 

 

 예순여덟 해 동안 이 몸뚱이에 좋은 일이라곤 한 번도 없이 살았어요. 좋은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어떻게 그랬을까요? 하느님이 뇌를 나눠줄 때 난 문 뒤에 숨어 있었어요하느님이 튼튼하고 아름다운 몸을 나눠줄 때도 난 문 뒤에 숨어 있었어요. 어렸을 때도 빨리 달리거나 높이 뛰지 못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잘한다고 느껴보질 못했어요. 한 번도, 태어났을 때부터 항상 배에 가스가 차고, 발목이 붓고, 콩팥이 아팠어요. 그리고 하느님이 돈과 행운을 나눠줄 때도 난 문 뒤에 있었어요. 겨우 용기를 내 문을 열고 나와 하느님, 자비로운 하느님, 여기 작고 늙은 내가 있어요라고 속삭이듯 말했을 땐 이미 좋은 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하느님은 나에게 코로 쓰라고 쭈글쭈글한 감자를 줬어요. 머리로 쓰라고 철사를 주었구요. 그리고 개구리 같은 목소리를 주었지요.”

 

 

 

 “… 만약 앨리엇이 상대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 한다면, 구체적인 사람을 구체적인 이유로 사랑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새 단어를 찾는 게 나을 게다.”

 

 

 

 우리는 당신의 재떨이에 오줌을 싸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우리의 소변기에 담배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 듣겠소. 책임이나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몇 년 동안이나 아들 생각만 하면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렸으니까. 이 불쌍한 노인의 뇌에 당신의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푹 꽂으시오. 그리고 맘껏 휘저으시오.”

 

 

 

 “’두 영적 씨앗*의 운명 예정 침례교.”

 그게 뭡니까?”

 사람들이 나한테 종교가 뭐냐고 다그쳐 물으면 그냥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그런 종파가 있고, 아주 훌륭한 종파인 게 분명해요. 발을 씻는 의식이 있고, 목사는 헌금을 걷지 않습니다. 나도 내 발을 씻고, 헌금을 안 받습니다.”

 

(* 두 씨앗은 신의 씨앗과 사탄의 씨앗을 의미함.)

 

 

 

 안녕, 아가들아. 지구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단다. 그리고 둥글고 축축하고 붐비는 곳이지.’

 

 

 

 번틀라인 군, 자네의 기적을 버리지 말게나. 돈이란 건조시킨 유토피아라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방은 전기의자가 하나쯤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곳이었다.

 

 

 

 마침내 한 명이 말했다. “그러게,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니야.”

이 말은 인디애나 출신의 유머작가 킨 허버드가 오래전에 한 유명한 농담의 절반이었다.

 그래.” 다른 남자가 나머지 반을 말했다. “하지만 차라리 창피한 걸로 끝나는 게 낫지.”

 

 

 

 변호사도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소. 절망스럽고 혼란한 상황을 멋지게 설명할 줄 알지. 하지만 참 희한하게도 변호사가 말하면 도무지 옳은 것처럼 들리지가 않아요. 그들의 말은 항상 <1812년 서곡>을 피리로 부는 것처럼 들린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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