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0(초판2쇄)
반대로 젊은 시인은 철사, 그것도 바르르 떠는 철사 같은 가느다란 웃음의 소유자였고, 페어웰이 크게 웃으면 뱀 뒤를 뒤쫓는 잠자리처럼 따라 웃었다.
그곳에 네루다가 있고, 몇 미터 뒤에 내가 있고, 그 사이에는 밤과 달과 기마상과 조국 칠레의 무명無名의 품격인 풀과 나무가 있었다.
좋은 구두이기는 하지만 좋은 벗이 만든 것만 못한 리옹의 르페브르 가家의 구두, 훌륭하지만 충직한 신하의 것만 못한 런던의 덩컨&시걸 가의 구두,
갑자기 프랑스인 고고학자 두 명이 아주 들뜨고 흥분한 채로 들어와 교황님에게 말하길, 이스라엘에서 막 돌아왔는데 아주 좋은 소식과 아주 나쁜 소식 두 가지가 있다고 했소. 교황님은 뜸 들이지 말고 얼른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소. 프랑스인들은 얼른, 좋은 소식이란 성묘聖墓를 발견했다는 소식이라고 말씀드렸다오. 성묘라고, 교황님이 말씀하셨죠. 의심할 나위 없이 성묘입니다. 교황님은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흘리셨소. 이윽고 눈물을 닦으면서 물으셨다오. 나쁜 소식은 뭐요? 성묘 내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교황님은 혼절해 버리셨다오. 프랑스인들은 달려들어 교황님이 숨을 돌리시도록 하였소. 그런데 유일하게 평온하게 있던 독일인 신학자가 말하는 게 아니겠소. 예수 그리스도가 진짜 존재했단 말이요?
나는 우호적인 비평을 하나 써주었다. 아무런 가치 없는 소설임을 익히 알고 있었으니 거의 주례사 비평이었다.
칠레의 적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그들이 어디까지 갈 작정인지 짐작하기 위해서요. 확실히 말하건대, 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작정인지 알고 있소. 하지만 그들이 어디까지 갈 작정인지도 알고 싶소.
삶은 계속되고 계속되고 계속되었다. 마치 알갱이마다 미세하게 풍경을 그려 넣은 쌀알 목걸이 같은 삶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목걸이를 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목걸이를 벗어 눈에 가까이 대고 알갱이마다 담겨 있는 풍경을 해독할 충분한 인내심이나 용의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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