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문학동네, 2009(1판 3쇄)
그녀는 이동용 침대 옆에서 따라오면서 두 손을 비틀며 울더니 마침내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지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어쩌라고?”
그녀는 젊고 미숙했다. 따라서 뭔가 다른 말을 하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남편이 살아나지 못하면 자기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한 번에 하나씩 하자고.”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우선 날 좀 죽게 해줘. 그런 다음에 내가 가서 당신이 견디도록 도와줄 테니까.”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이 열 살, 열한 살, 열두 살, 열세 살 때의 아버지이기를 바랐다. 장애도 없고 무력하지도 않은 아버지.
그는 척 클로스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기억나는 대로 들려주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긴 저녁의 외로움 때문에 아들에게 전화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고 나면, 그 뒤에는 늘 슬픔이 찾아왔다. 슬프고 기진맥진했다.
사실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포옹은 혹독한 슬픔을 자아내, 견딜 수 없는 외로움만 사무치게 할 뿐이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상태의 가장 나쁜 점은 그것을 어떻게든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끝장이니까.
“내가 결코 화가가 아니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나는 그 이유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거야.”
“아버지가 화가가 아니었던 것은 아버지한테 아내와 자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먹을 걸 넣어주어야 할 입들이 있었던 거죠, 책임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화가가 아니었던 이유는 내가 화가가 아니라는 거야. 과거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야.”
“…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당신처럼 집요하고 사악한 거짓말쟁이들은 언젠가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심각한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상대한테 그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모두들 한 번쯤은 백 년이 지나면 지금 지구상에 살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엄청난 힘이 이곳을 깨끗이 휩쓸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백 년이 아니라 며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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