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2009(1판2쇄)
나는 담뱃불을 붙이고 의자 옆에 있는 재떨이 스탠드를 끌어왔다. 일 분 이 분이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발꿈치를 들고 지나갔다.
“당신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군.”
킹슬리는 브라질산 땅콩이라도 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태도를 파는 건 아니니까.”
“… 그리고 나야, 술을 너무 좋아하니까 부엌문으로 가서 술을 받았지. 한 잔 받으니까, 또 한 잔 받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집 안까지 들어가 있더군. 그 여자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그 여자의 눈이 더욱 더 침실처럼 보였소.”
그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 무엇과 싸우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위스키가 승리했다.
나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피곤해 보이는 달러 지폐를 침대에 죽 펼쳐놓았다.
“나는 지금 돈 얘기를 하고 있는 거요. 오백 달러. 지금 당장 수표로.”
나는 마지막 말이 더럽혀진 깃털처럼 제자리를 빙빙 돌며 땅에 떨어지도록 놓아두었다.
“내 속마음을 말해주기에는 우리가 너무 늦게 만났지.”
그 건너편에 여자 두 명과 빤질빤질해 보이는 남자 두 명으로 된 무리가 이곳에서 소음을 내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 레이먼드 챈들러는 위대하다. 비록 이 책에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는 정말 ... 놀라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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