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어머니’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세상에 돼지가 모두 사라지면 ‘돼지’란 말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기독교인이 모두 사라지면
‘지옥’이나 ‘악마’란 말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도, 말도,
사라지면 사라질 것이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때에도
‘사랑하는 00의~’ 부분에서
‘사랑하는’을 선뜻 말하지 못해 어색해하는
‘우리 과/속/종’은 사랑하는 마음이 적은 지도 모른다.
적어도 웃음과 감정을 줄줄 흘리며 다니는
남미나 미국인들과 비교할 때 적어 보이기도 한다.
불러주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태어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입이 무겁고 말을 아끼는
‘우리 과/속/종’이라 하더라도
어떤 말들은 마치 주문을 외듯이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
주술사 혹은 마법사들은 하나의 주문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가.
‘어머니’나 ‘사랑’ 같은 말들은
죽은 사람도 무덤에서 살아 되돌아올 정도로
많이 많이 많이 반복해서 말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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