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데이비스는 참 마일드한 사람 같애.
얼마만일까. 아무 것도 안 하고 그저 음악만 듣는 게.
언제나 음악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책을 읽거나 거리를 걷거나
딴짓을 하곤 했지. 하다 못해 누군가를 기다렸어.
Someday my prince will come.
심벌즈인가 드럼인가 아무튼 두드리는 뭔가가 날 두드리네.
울지도 않았는데 울었던 것 같이 느껴지는 밤을 지나고
맞선 장소에 나온 청년처럼 뻘쭘하게
일요일과 마주 앉아서 함께 음악을 듣네.
가본 적도 없는 샌 프란시스코의 밤이 흐르고
기대본 적 없는 골든게이트브릿지에 기댄 등허리가 뻐근해지게.
누구에게나 섹소폰을 섹스폰이라 부르던 시기가 있지.
여자들이 저 악기를 발음할 때가 참 좋았던
중학생 원국 여기 잠들다. 그런 묘비명도 좋았을 거야.
그때 죽었더라면!
올 여름 물놀이 갔다가 죽은 한 중학생 소년이 떠오르곤 해.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다가 장난치듯 떠나버린 녀석은
여전히 장난쳤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아니면 노래를 불러도 좋겠고, 마일드한 마일즈씨는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까.
아, 이 노래가
My funny valentine이었구나 라고 알아채기까지 9분 15초가 걸렸어.
라이브 연주라서 더 그렇지.
재즈란 참.. 서론이 길어도 좋은 건 음악뿐이겠지.
화장실 물을 내릴 때마다
잉웨이 맘스틴의 전자기타 솔로가 나오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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