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여름보다는 겨울이
겨울 중에서도 연말이
나이가 적을 때보단 들수록
가족 틈보단 혼자 있는 게
더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만나는 건 여전히
고역이고 여전히
쓸모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관습적이지 않은 사람도 드물고
가족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도
친근한척 하기도
어렵다.
어젯밤 자정 지나 눈 오는 잠원동 길을 걸으며
찜질방을 찾아가는 중에
굴다리 가로등 아래로
시루떡가루처럼 쏟아지는 눈 아래서
발길을 멈추고 아 누가 또
이런 데 이런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있을텐데 생각했다.
그순간 누군가 어디선가
홀로 그러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쏟아지는 눈이 한올 한올
전화선이구나 사분한
소식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외롭긴 외로워도
지저분하지 않아 좋았다.
이 눈을 누가 뿌려주시는지
기어코 알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눈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밟고 서고 미끄러질런지도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이다.
헤아리려 해도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외로울 것이나 그때마다
잠시 내리는 눈이라 생각하자.
떨어지는 중이고 춥고 새벽이고
문들은 모두 닫혀 창가에나 서성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런 눈이니까 하자.
내가 무슨 이유로 태어났는지 모르는 것처럼
외로움이 그저 주어진 중력이라 생각하자.
아프더라도 소리 없는 눈처럼
오늘은 얼마나 외로운가
가로등에나 잠시 비췄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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