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연말정산을 했다.

나라는 사람이 1년을 살아가기 위해선

2 2백만원을 쓰는구나

여기엔 월세라던지 보증금은

포함도 되지 않는데

 

오늘 오후 연말정산을 했다.

이런 저런 서류들을 준비하라는 명령서와

이런 저런 양식들을 완성하라는 가이드를 읽는데

한국말이 이럴 수도 있구나

3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어도

한국말이 외국어처럼 보일 수 있구나

 

지금부터 거꾸로 산다면

연말정산을 마친 2010년을

12월부터 거꾸로 되살아간다면

필요하지 않았던 소비들과 낭비들

헛돈 들어갔던 일들을 다 물릴 수 있을 텐데

 

이런 연말정산 서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통의 사람으로 다시 살아간다면

그 속에서 그들만의 언어를 쓰느라

보통 사람은 도통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퇴락한 언어를 되돌릴 수 있을 텐데

 

오늘 오후 연말정산을 했다

한번 움직일 땐 큰 망치를 들어 꽝

내리치듯이 시원하게 움직이고 싶은데

생각처럼 계획처럼 내 삶이

움직여지진 않는다

 

아마도 난 2011년에도 다시

낭비하고 후회하고 헛되도록 돈을 쓸 것이고

서류와 양식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도

자기들만이 아는 언어로 일을 진행해나가며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도 그들이 아는 식으로

일을 가르칠 것이다

 

연말정산을 마친 뒤엔

신년 계획을 세우려 했는데

내년쯤 다시 세워야겠다

진이 빠졌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도 체력도 남아있는데

힘과 체력을 움직일 뭔가가 빠져나가 버리는

경험을 자주 한다

 

어렴풋이 작은 바램.

올해가 작년의 반복은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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