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초판 1)

 

 

 

 

 

 

 사건을 불러오는 상황들이란 원래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법이다.

 

 

 

 <저 꼬락서니>라니! 영국 재단사의 솜씨로 멋지게 빚어낸 옷 한 벌 갖춰 입지 못하고, 매일 아침 손톱이나 다듬을 여유 따윈 꿈에도 기대할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 사흘 전부터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주인공 없는 식탁만 꼬박 지키고 있을 마누라를 둔 사내에게 그게 어디 할 소리인가!

 

 

 

 어쨌든 지금 이 순간 그가 어느 때보다도 강건한 상태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매그레답다고나 할까. 오래된 참나무나 단단한 화강암을 깎아 세운 덩어리 그 자체였다.

 

 

 

 많은 수사 과정에서, 형사와 그 형사가 추궁하는 용의자 사이에 우정 어린 관계가 생성된다고 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주장일지 모른다.

 한데 상대가 막무가내 짐승 같은 종류가 아니라면, 둘 사이에 일종의 친밀감이 싹트는 것은 거의 언제나 사실이다. 이는 물론 몇 주, 혹은 몇 달이라는 기간 동안 경찰과 범죄자가 서로에게만 몰두했을 경우를 전제로 하는 얘기다.

 수사관은 용의자의 지난 과거를 어떻게든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한다. 또한 용의자의 사고를 재구성하고, 가장 사소한 생각들까지 내다보려 애쓰기 마련이다.

 둘이 각자 밀고 당기는 게임에 모든 걸 거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낙오자가 그렇듯, 의기소침했다 열광했다를 반복하며 시간만 허비하는 게 나의 소관이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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