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최규석, 거북이북스, 2011(초판12쇄)
‘만화가 재미없는 것은 작가가 게을러서다.’
조금만 더 고민을 하면 분명 더 재밌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마감에 쫓겨 고민을 멈추는 일이 매회반복되면서 차라리 그만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연재를 계속하게 해 준 것은 나의 거친 의문들에 공감하고 반응해 준 독자들입니다.
“차라리 나 같은 선수랑 만나서 쿨하게 즐기면 될 텐데… 어릴 때 드라마를 잘못 본 건지 만날 ‘진정한 사랑’만 찾아요, 또.
그런데 얘들은 사랑도 면역이 된다는 걸 몰라. 이미 제 몸이 항체 덩어리가 된 줄도 모르고 열네 살 소녀의 감정을 바라는 거지. 그게 안 되니까 맨날 남자를 바꾸고…
일단 이런 애를 만나면 걔들의 말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여야 돼.
니네 같은 찌질이들은 애정 어린 말이나 스킨십에 꼭 어떤 장기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든?
걔들한테 그런 건 그냥 그 순간의 감정일 뿐이야. 1분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
뭐, 나 같은 쾌락주의자와도 통하는 부분이지만….
어쨌던 생전 처음 받아 보는 애정표현에 들떠서는 사랑이네 운명이네 하면서 자기 혼자 온갖 계획을 다 세우고 행복감에 푹 젖어 있다가…
갑자기 냉정해진다거나 연락이 뜸하게 되면 막 당황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거야.
그럴 때 찌질이들이 하는 행동이 뭔지 알어?” “음… 자살?”
“고백!
말로 관계를 묶으려는 거야. 사랑해요 어쩌고 하면서 징징대고… 뭐 그럼 그대로 빠이빠이지…”
수많은 갈등요소가 있었지만 연재를 그만 뒀다. 어떤 사람은 ‘왜 자꾸 자신을 가난 속에 두려고 애쓰느냐. 가난해야 예술이 나온다는 말을 신봉하는 것이냐? 너무 유치하고 감상적이라고 생각지 않느냐’라고 묻기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가난을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가난이라면 모르겠지만 흔히 얘기하는 궁상 수준의 가난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방식일 뿐이다.
나는 다만 지갑의 상태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가난해질까 무서워서 해야 할 작업을 못한다면 이 직업을 택한 의미가 사라져 버리니까.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0) | 2011.06.19 |
---|---|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 2011년 6월 (0) | 2011.06.19 |
브뤼트 vol.025 - 2011년 6월 (0) | 2011.06.19 |
밥값, 정호승 (0) | 2011.06.12 |
인류의 미래사 - W.와런 와거 (0) | 2011.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