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11(초판7쇄)
“드디어 마지막 밤이 되었구나.” 각오를 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픈 어금니를 일부러 건드려보는 듯한 감각이 몰려왔다. 아픔을 확인해보고서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나는 미와코의 시에 담겨진 열정, 슬픔, 안타까움에 단숨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반드시 상품이 되겠다, 라고.
“그러면 긴자에서 샀다고 하면 돼. 어디서나 다 파는 물건이야. 요즘 젊은 여자들은 명품이라도 희귀 상품이 아니면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런 점에서 준코는 다루기가 쉬웠지.”
거실 테이블에서 자고 있던 사리가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나는 사리를 품에 안고 베란다 유리문 앞에 섰다. 이런 식으로 고양이와 나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이 내 즐거움 중 하나였다.
“날마다 쓰다듬어주세요. 이 아이들에게는 그게 어미가 핥아주는 감촉하고 비슷하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사리의 등을 쓰다듬던 나미오카 준코의 옆모습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3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거든요.”
“3대요소?”
“유명인사, 살인, 애증”
호다카가 죽은 것이 슬픈 게 아니다. 그런 것을 슬퍼할 이유는 없다. 그자는 이렇게 되는 게 마땅했던 것이다.
내 마음을 뒤흔든 것은 그 영정사진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었다. 몇 년 전의 나,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시절의 나, 참된 사랑을 알지 못하고, 상처 입는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미워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나이다. 호다카 따위에 마음을 허락한 나였다.
그 사진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런 옛날의 내가 갑자기 너무도 가엾고 그리워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던 것이다.
스포츠로 단련된 호다카 마코토의 건장한 육체는 이미 하얀 뼈와 재로 변해 있었다. 그 양이 너무도 적다는 것에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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