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김어준, 푸른숲, 2011(첫판 48쇄)
“…사색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묶는 일을 더 좋아하고 또 이에 몰두해야 한다.”라고 쓰고 나서 이렇게 말해. “아직 나는 이러한 모습의 나를 상상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노무현과 다른 점은 노무현은 자신에게 그런 자격이 있다고 기본 전제한 게 아니라, 그런 자격 유무 자체는 아예 먼저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거야. 남들이 못하면 나라도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지…
노무현은 그 권력 의지의 출발점이 일반적인 정치인들과 달라. 거기서 그 힘이 나오는 거고.
나는 대통령이 되기에 전혀 하자가 없는 인물이야. 이렇게 출발하지 않았다는 거야. 보통의 정치인들은 그렇게 출발하거든. ‘내가 대통령의 자격으로 뭐가 부족해.’라고 출발하는데, 노무현은 안 도겠다, 나라도 해내야겠다, 에서 출발했다는 거.
사람들이 조국에게 바라는 건 유시민 언변에 진중권 독설을 가진 손석희거든. 지금 시대가, 시국이 그걸 원해.
난 그래서 이명박이야말로 순결하다고 봐. 뇌에 구김살이 없어. 뇌가 완전 청순한 거야. 그래서 이명박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이권인 거지. 오로지. 그래서 내가 만날 그러잖아.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고. 비유가 아니라 실제라니까.
지_ 이명박에 대해 사람들이 몰랐던 건 아니잖아. ‘전과 14범이고,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것까지는 많은 사람이 알았잖아. 노무현이 권위주의를 청산했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명박을 택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김_ 자기 욕망에 투표한 거지. 이명박이라고 하는 인물에 투표한 게 아니라 자기들 자신의 욕망에 투표한 거지… 그래서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 같고, 내 자산이 늘어날 것 같고, 그렇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서비스는 해줄 거란 착각을 한 거지. 이명박이 이제 확보되고 정착되었다고 생각했던 기본적인 민주주의를 그 근본부터 흔들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그런데 그 싸움에서 난 문재인이 결국은 유리할 거라고 봐. 왜냐. 결국 박근혜의 강점이 바로 약점이 되는 건데, 그녀의 사사롭지 않음은 한편으론 가장 사사롭다고 할 수 있는 거거든. 국가가 아버지의 유산이라서 상속받겠다는 거니까. 그래서 그녀에겐 국가를 어떻게 이끌 거란 단서를 드러내는, 그런 철학이란 게 보이지 않는 거야.
가카의 주장은 그냥 김경준이 다 알아서, 자기는 모르는 사이, 다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왔다는 거야. 정말이지 팔만대장경으로 빨래하는 소리지.
검찰은 이명박편이 아니라 검찰 편이야. 지금도 이명박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이명박 편에 서는 게 유리하니까 설 뿐이야. 검찰은 항상 검찰 편이야.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노예근성이 있다고. 원래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게 불확실하잖아.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자기보다 큰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해… 그래서 종교도 있는 거잖아. 삼성은 돈의 종교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메시아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한 거지. 그 과정에서 삼성은 곧 이건희라는 상징화 역시 성공시킨 거고. 그 상징화에 사람들이 넘어간 거고. 마치 종교에 넘어가듯. 그래서 그가 우리를 번영으로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설혹 실수들을 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스스로 못 본 척하도록 만들어버린 거지. 사실상 정신적 노예지.
이건희는 그렇게 세금 안 내고 비자금을 만드는데, 왜 나만 정상적으로 해야 하느냐. 국가도 그래. 이건희 일가가 룰을 지키지 않는 걸 뻔히 보고도 잡아내지 못하는 구가가 어떻게 다른 구성원들에겐 룰을 지키라고 요구할 권위가 생기겠냐고. 나도 어떻게든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야겠단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지.
삼성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준의 상대가 아니야. 국가 수준에서 상대해야 한다고. 그럼 국가를 운영할 권력이 그런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해. 그 권력이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해서 바라봐도 된다는 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실제로 분리해내야 해. 그게 성공하면 이건희를 비판하면서도 삼성이란 기업에는 아무런 딜레마를 느끼지 않고 취직할 수도 있게 되는 거지. 삼성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자신이 이건희의 하인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사고 자체는 자작극이 아니었지만 그걸 숨기면서 북한의 소행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자작극으로 졸라 추정되지. 그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던 <조선일보>의 ‘인간 어뢰’ 같은 건 정말 기념비적이지.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다 깊은 곳에서 그 말 없는 쇳덩이 어뢰를 홀로 부여안고 오로지 남조선 해방을 위해 한 목숨 던져야만 했던 북한 수병의 애잔한 고뇌를 담담한 붓 터치로 그려낸 북풍 예술의 꽃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미친 새끼들.
그런데 천안함 사건에서 사장 중요한 건 그 원인이 아니라고. 원인은, 정권 바뀌면, 그 원인대로 밝혀내야 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런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게 아니라, 지방선거를 위해 어떻게든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몰아갔던 이명박의 수작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거라고. 이 사건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해. 국군통수권자가 군이 사고를 당해 수많은 인명이 죽고 다쳤는데 겨우 생각한다는 게 그걸 어떻게 자기 이익에 이용할 것인가밖에 없었다는 거. 이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건 이것대로 또 책 한 권은 나올 만큼의 이야깃거리니까, 불법이 워낙 성실하다 보니까 우리가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이걸 이해 못하면 진보 정당은 성장 못해. 이명박과 이건희가 욕망과 공포로 지배하는 이 땅의 대중들더러 민주당과 진보 정당을 정교하게 구분해달란 요구는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논리적이기만 해서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 대중에게 그건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게다가 그 구분은 상당한 노고를 요하는 일인데 재미까지 졸라 없어. 정치는 결국 자원분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데, 자기 과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부터 실패하는 거지.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건, 실은 스스로를 그만큼 똑똑하고 정당하다고 여겨서야. 그 정도는, 나처럼, 당연히, 구분할 수 있고, 또 구분해야만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 거거든. 그래서 내가 헛똑똑이들이라고 하는 거야. 자기들이 똑똑하고 정당한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정치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을 얻는 건데, 마음은 대단히 제한된 자원이라고.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여러 번 나눠줄 만큼 많지가 않아.
선거에서 당선이란 정치인들이 대중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부채 의식, 그 빚을 한번에 찾아가는 거니까. 노무현이 갑자기 부상해 결국 대통령까지 됐던 건, 노무현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사람들 마음에 예치해뒀던 마음의 빚을 한 번에 인출해 간 거라고.
그래서 항상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이런 구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라고. 그럼 우린 화성인인가. 우리도 세계 속에 있어. 그런데 자꾸 세계로 가자고 하잖아. 세계가 우리만 달랑 빼놓고 나머지들끼리 모여 따로 특설 링 만들었냐고.
자신은 권력이 작아서 부조리한 걸 알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인간적으로는 이해 가. 하지만 그럼 정치하지 말아야지. 좋은 교수, 착한 기업인, 성실한 검찰 해야지. 그런 말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국회에 취직한 직장인이란 소리밖에 안 돼. 할 일이 그건데. 해야만 할 말을, 하라고 국회 보냈는데. 그 따위 정치인 코스프레는 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해. 물론 그러면 국회가 거의 텅 비겠지만.
정치는 자신이 대변할 사람들을 어떻게 챙길 것인가에서 출발해, 자신이 대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로 마무리된다.
현대 우리 나라 10대 재벌의 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6퍼센트 수준이다.
현재 진보가 집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뭐냐. 메시지 유통 구조를 보수에 의해 장악당했다는 거야. 메시지 유통 구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해…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진보는, 거기 등장하는 허접한 미시 논리를 깨는 데서 얻는 지적 쾌감에 도취되기 십상이지. 그런 후 자기가 엄청나게 똑똑한 일을 했다 생각하며 뿌듯하게 잠자리에 들지.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똑 같은 세상이야. 그건 역설적으로 그 프레임을 강화시킨다.
여기에 방송 3사의 뉴스가 다루는 뉴스, 보다 정확하게는 다루지 않는 뉴스를 생각하면 구조는 완전히 장악당한 게 맞지. 뉴스의 진짜 힘은 뭔가를 다루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뤄야 마땅한 뉴스를 다루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다루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그런 게 진짜 권력이지.
난 스마트폰도 안 하고 SNS도 안 해.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대박 낼 수 있다. 본질만 통찰하면. SNS는 귀찮아. 뒤처지는 것도 두렵지 않아. 그리고 이 방송하면서 날 해명하는 데 에너지 쓸 생각 없어. 그건 작아. 난 커.
그렇게 어정쩡한 스탠스니까 노무현 서거 후에 나온 첫 반응이라는 게, ‘이명박은 사과하라.’ 아냐. 등신들. 유가족이 살인자더라 사과하라니. 차라리 ‘용서하겠다.’면 모르겠다. 이명박한테 사과를 받아서 어따 쓰려고. 사과하면, 아, 이제 사과 받았으니까 됐다, 감사합니다, 할 거냐고. 이명박이 사과 안 했기에 망정이지. 이명박이 사과를 한다고 해도,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해야지. 사과는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대변하지 못한 그들에게 자기들이 했어야지. 그리고 다시 일어나 정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했어야지. 결연하게. 아, 등신들.
범인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 아무리 지지율이 높게 나와도 그냥 던져버릴 수 있고, 지지율 1위도 역사를 위해서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실제로 존재한다. 문재인은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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