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

 

 

똑이니? 딱이야?

바람 소리만 요란한 겨울

지하철이 도착하기로 약속한 시간을

돌려주지 않자

부모들은 미쳐가기 시작했다

똑이니? 딱이야?

초당 6천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 반대편까지 부아가 치밀어오른 남자는

와이셔츠 카라를 거꾸로 말아넣고

용산행 맞은 편으로

실연당한 젊은이처럼 사라졌다

새끼를 잃은 펭귄처럼

사람들은 눈으로 서로의 눈을 쪼아대고

13미터 남극의 계단은 엎드려

얼굴을 감춘 채

하염없이 제 살을 파먹고 있었다

똑이니? 딱이야?

마지막 한 번만 더 불러본 사람들은

더이상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차가 연착되어 죄송하다는

외계어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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