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2년1월
쌍둥이 하나인가, 둘인가
“우리가 지금은 잊고 있지만 50년 전에는 알코올 중독과 심장병 같은 질환을 순전히 생활습관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신분열증은 어머니가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탓이라고 여겼죠. 그런데 쌍둥이 연구를 계기로 사람들이 실제로 타고난 천성과 경험의 영향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리드는 말한다.
이렇게 말한 뒤 리드는 후성유전학 연구가 우리의 이해도를 한층 더 넓혀줄 것이라고 덧붙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연이 어떤 것은 연필로 쓰고 또 어떤 것은 펜으로 쓴다는 겁니다. 펜으로 쓴 것은 고칠 수가 없습니다. 그게 바로 DNA죠. 그러나 연필로 쓴 것은 고칠 수가 있어요. 그게 후성유전학입니다. 이제 우리는 DNA를 실제로 들여다보고 어느 부분이 연필로 쓰여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완전히 새로운 세계인 셈이죠.”
한편 샘은 그리스 신화와 정형외과학에 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팔꿈치가 부러지면서 관심을 갖게 된 주제들이다. 샘은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크레타 섬 상공을 날았다는 이카루스 이야기를 읽은 뒤 거실 소파 등받이 위로 올라가 자기도 날아보려다가 팔꿈치 뼈가 부러져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집에서 회복하는 동안 시간이 생겨서 의학 교재에 몰두하게 됐다.
두 아이가 각자 자기 방식으로 날아오르려고 애쓰고 있다.
그린란드의 개 썰매 순찰대
시리우스 부대는 60여년 동안 그린란드의 북동 해안 1만4000km를 순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부대원은 모두 12명으로 이들 순찰대는 최소 5년에 한 번 꼴로 그린란드의 울투울퉁하고 갈라진 해안선을 구석구석 순찰하며 국제법에 따라 그린란드의 주권이 덴마크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한다. 시리우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 썰매로 순찰을 하는 부대다. 순찰대원들은 휴일도 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와 함께 개들을 끌고 26개월 동안 8000km 이상을 순찰해야 한다. 사실상 부상은 불가피하다. 굶주리고 지치고 동상에도 걸린다. 북극곰에 쫓기기도 한다.
개 썰매를 타고 달릴 때는 온 정신을 집중해 쉼 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에 예스퍼는 욱신욱신 쑤시는 다리에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 사람은 물만 몇 모금 마셨고 개들은 눈을 핥아먹었다. 팀원들이 서로 혼연일체가 되지 못하면 개 썰매를 타는 잃은 몸통 하나에 마음이 13개로 나뉜 경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긴 줄 한 가닥에 두 마리씩 짝을 지어 묶여 있는 개들은 가끔 고집을 부리며 드러눠워 버린다. 개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털을 날리며 싸움을 해 눈에 선명한 핏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예스퍼와 라스무스는 첫 순찰에 나선 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어떤 방식으로 순찰할지에 대해 이미 합의했다. 시리우스 순찰대 중에는 짐을 가볍게 해 빨리 순찰하는 것을 선호하는 팀도 있다. 그러나 예스퍼와 라스무스는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순찰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들은 필요한 옷은 모두 챙겼고, 반드시 따뜻한 음식을 먹었다.
지구 최북단 지역에서는 어떤 실수라도 하게 도면 위험할 수 있다. 어느 한순간 엉뚱한 곳에 장갑을 내려놓았다간 바람에 날아가버린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라스무스는 말한다.
암스트롱은 이번에 10번째 겨울 순찰에 나섰다. 시리우스 부대에서는 최고 기록이다. 대부분의 다른 개들보다 두 배나 더 오래 일했다. 썰매를 끈 거리만 해도 4만200km가 넘는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 더 긴 거리다.
킬링필드에서 힐링필드로
“중국제 69형 바운싱베티군요.” 아키 라가 말한다. 그러자 그가 쓴 헬멧의 방폭 얼굴 가리개가 입김으로 뿌옇게 됐다. 바운싱베티는 튀어 오르면서 폭발하는 도약형지뢰를 부르는 미국식 별명이다.
다른 고아들과 함께 밀림으로 끌고 간 것은 그가 다섯 살 때였던 70년대 중반이었다.
아키 라 같은 아이들의 작은 손은 대단히 유용한 도구였다. 아키 라는 지뢰를 매설하는 법, 적의 지뢰에서 뇌관을 제거하고 해체하는 법, TNT를 재활용해 급조폭발물(IED)을 제조하는 법 등을 익혔다.
1970년부터 1988년까지 계속된 캄보디아 내전 동안 전쟁에 참가한 당사자들은 모두 지뢰를 사용했는데 그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산이 대부분이고 간혹 미국산도 있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170만 여 명의 캄보디아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폴포트 정권은 지뢰를 가리켜 ‘완벽한 군인’이라 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뢰는 잠도 안 자고 끝없이 인내하며 적군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일구다
버스터가3살 때 누나 둘이 인근의 시골 학교에 다녔는데, 어머니는 버스터를 보내 조랑말을 작은 마차에 묶고 학교까지 몰고 가서 누나들을 집으로 데려오게 했다.
‘쇠똥 빙고 게임’이 체스터에서 열린 여름철 모금 행사에 활기를 더한다. 축구장에 격자 무늬를 그려 구획을 나누고 판돈을 건 뒤 쇠똥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를 모두 지켜본다. 승자는 1800달러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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