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춘 2011 가을

 

 

 

 

 

 

협궤

 

           황학주

 

 

집 앞에 뜬 섬들

틈을 비집고 기관차 없는 협궤가 지나간다

 

협궤 지나는 그 길이

어떤 섬을 잠재운 일이 있고

귀를 잡고 일으켜 세운 일이 있다

 

풍경風磬을 때려 이를 부러뜨리고

잠 못 드는 밤을 따라 흉곽을 지나간 적이 있다

 

갈매기 똥이 허옇게 덮인

그만 오므린 섬의 무릎 사이에

상스러워지려는 석양을 올려놓은 일도 있었을 테다

 

말의 수레를 모두 빠뜨린 수평선으로 협궤가 몸을 옮긴다

수평선은 오늘 모노레일

평생 받은 물소리를 꾸역꾸역 도로 흘려보내며

내 안에 간신히 당신이 멎는다

 

협궤뿐인 나

나뿐인 당신

한쪽이 파인 달이 섬들 속에서 씻겨 나온다

 

 

 

 

 

 

 

 

 

노랑꼬리 연

 

                  황학주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었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가는

그런 밤엔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할지

네게 물어도 될 것 같았다

 

도착하고 있거나 잠시 후 발차하는

기차에 같이 있고 싶었다

그런 내 퇴근은 날마다 멀고 살이 외로워

노랑꼬리 연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어디에 있든 너를 지나칠 수 있는 댓살이 내 가슴에도 생겼다

꼬리를 자르면서라도 사랑은 네게 가야 했으니까

그것은 막막한 입맞춤 위를 기어오르는 별이었던 것 같다

 

내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운명은

오래오래 기억하다 해발 가장 높은 추전역 같은 데 내려주어야 한다,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안 좋은 시절

바람 속으로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좋은 시절

 

네게로 가는 별, 댓살 하나에 온몸 의지한

노랑꼬리 연 하나 바람 위로 뜬다

 

 

 

 

 

 

 

 

해외문학을 찾아서

 

 

 2011년 퓰리처상 시 부문의 영광은 1945년생 여성 시인 라이언(Kay Ryan)에게 돌아갔다

 

 캘리포니아 대학(UCLA)에서 수학했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으나 학위 논문을 써내지 않았다. “고정시킬 수 없는 어떤 것의 박사가 된다는 생각이 그녀를 섬뜩하게 한 나머지 논의를 좋아하면서도 문학을 공부하려 하지는 않았다. ..

 

 개국 200주년이 되던 1976년에 오리건에서 캘리포니아까지4천 마일에 달하는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자 떠난 여정이었다. 시인은 콜로라도 후저Hoosier 고갯길을 지나면서 글쓰기가 다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기쁨을 준다는 사실에서 레이저 빛처럼마음의 날을 세웠다. 시 쓰기의 매력에 대해 다른 어떤 것과도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꼽는다. “시를 쓰지 않고서는 가장 심오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도가 내게 없다고 단언하는 시인에게 시는 감정의 표현이라기보다 생각의 도구이다

 

 내가 돌을 빠뜨리면 진짜 빠르게 텅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캐럴에게 돌을 떨어뜨리면 바닥치는 소리를 결코 들을 수 없었지요.”

 

 삶의 사치는 마음에 일어날 수 있는 사치에서 에너지를 앗아간다고 함으로써 평범한 삶의 중요성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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