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데이비드 세다리스, 웅진지식하우스, 2011(초판4쇄)
남이 처리하지 못한 화장실에서 오해받지 않고 나오는 법
그럼에도 간혹 나는 내가 천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일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코카인과 메탐페타민 결정 때문이었다. 그 약들이 있으면, 코에 빨대를 붙이고 바닥에 놓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인 뒤 일주일치 급여를 다 들이마신 다음, ‘세상에, 나는 똑똑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정말 머리가 나쁘다. 아니, 정말로 천치다. 나보다 아이큐가 높은 고양이들도 있다. 내 아이큐 숫자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프라이드치킨 세 마리를 살 수 있다.
당시 리치는 가석방 관리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어휘력을 늘리려 애쓰는 중이었다. 리치는 등에 냉장고를 짊어지면서 말했다.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 그렇게 엄격한 기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비현실적이야.”
“다크 초콜릿을 넣은 그레이비소스에 올려서 생 민트로 장식한 대서양 황새치 회입니다.”
‘패티 멜트’(다진 고기와 채소를 뭉쳐서 햄버그스테이크처럼 만든 것 위에 치즈를 올려 구운 요리로, 미국 가정식 중 하나-옮긴이)는 하트 모양의 메달처럼 만들어서 허브를 입혀 구운 아티초크 요리에 밀려났다.
소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재주꾼들이 옥수수를 먹여 키운 종달새를 갈색이 나도록 구운 요리를 내오거나, 활활 타는 불에 아주 잠깐만 살짝 익힌 민물고기에 투명하게 처리한 사향 오일을 따뜻하게 데워 뿌리고 가마에서 구운 칠레 버섯으로 귀퉁이를 장식한 요리를 내놓는다.
학교 수업 시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 한 마리가 동쪽 해안에서 아프리카 서쪽 해안까지 모래알을 하나하나다 옮긴다면, 시간이…. 나는 그 괴로운 일을 맡게 된 새에게 정신을 쏟느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답도 못 들었다. 새에게 그런 일을 시키다니 잔인하지 않나.
주립 대학교에서 나는 개념미술과 메탐페타민 결정체(속칭 필로폰으로 알려진 마약-옮긴이)를 깨우쳤다. 두 가지는 각각으로도 위험하지만, 하나로 섞이면 문명을 완전히 파괴할 잠재력이 생긴다. 나는 처음 ‘스피드’(메탐페타민 제제를 미국에서는 속칭 스피드라 부름-역주)에 취하자마자 나한테 딱 맞는다고 느꼈다. 자기 혐오는 스피드에 싹 씻겼다. 내가 똑똑한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이 비닐 옷을 입고 있어도 정말 괜찮아 보일까? 그런 질문은 대마초를 피우는 겁쟁이들에게나 어울린다.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은 자기 행동과 말이 다 똑똑하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스피드의 흥분 상태가 사라지면 자살을 꿈꿀 만큼 심한 우울이 찾아온다. 스피드로 얻은 거짓 즐거움의 열 배를 되갚아야 한다.
친구가 휴에게 사다리를 빌렸다. 뉴욕에서3.5미터짜리 사다리를 갖고 있다면, 성공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렇게 큰 사다리를 둘 만한 집이 있다는 뜻이니까.
“어느 날 죽어서 내 머리 위로 가서 아버지랑 살아.”
“머리 길어. 죽은 다음에 첫날 다시 돌아왔어. 사람한테 잘 있다고 했어.”
첫 번째 표지판을 못 본 사람을 위한 배려인지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두 번째 표지판도 있다.
‘냅킨을 낭비하면 나무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종이컵도 물론 종이로 만든다. 그런데 4달러짜리 커피를 주문할 때는 아름드리 삼나무를 전혀 엄급하지 않는다. 무료로 제공되는 물품들에만 죄책감을 불어넣는다.
미국은 ‘미리 경고하지 않았으니 소송을 걸겠어’가 모토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의 사람에게는 이런 미국의 풍경을 설명하기 힘들다. 술에 취한 아들이 철로 위를 걷다가 죽자, 철도 회사를 고소한 유가족. 이런 이야기를 다른 나라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보통 때라면 기차가 사람을 몰래 덮치지 않는다. 기차는 탈선하지 않는 한 선로 위로만 달린다. 죽은 청년은 귀도 눈도 멀쩡했다. 누가 철로에 청년을 묶어 두지도 않았다. 그런데 고소할 일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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