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301

 

 

 

 

 

 이번 호에서 여러분은 지구와 그 너머 우주에서 가장 깊고 가장 춥고 그리고 가장 높은 곳으로 떠나는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탐험의 시대

 

 산을 오르는 것은 사랑과 많이 비슷합니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고통을 참고 나면 우리 자신과 지구를 발견하는 환희를 만끽하게 되기 때문이죠.”

-       코리 리처즈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무엇과 맞닥뜨리게 도리지 모르고 들어갑니다. 그러나 나올 때는 매번 나를 자신들의 세계로 이끈 동물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       브라이언 스케리

 

 

 산과 바다 저 너머 혹은 지구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인간의 정체성과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탐험 욕구가 우리 내면에 선천적으로 내재돼 있다면 그 근간은 인간의 유전체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논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변이 유전자가 있는데, 바로 DRD4라는 유전자의 변종이다. 이 유전자는 학습과 보상에 중요한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조절한다. 연구원들은 약20%의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DRD4-7R로 알려진 변이 유전자를 호기심과 탐험심이라는 인간의 두 가지 행동특질과 연관 지어 생각해왔다. 여러 임상 연구에 따르면7R은 사람들이 더욱 모험을 감행하게 만드는 듯하다. 즉 새로운 장소와 생각, 음식, 관계, 약물, 또는 성적인 기회를 탐색하게 만들고 일반적으로 이주와 변화, 모험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모의실험을 통해7R의 작용을 알아본 결과 이 유전자는 이주와 새로움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정대를 이끌고 중앙아프리카 구아루고 삼각지대를 지나가는 환경보호주의자 마이클 페이에게는 황야를 탐험하고 싶은 충동이 곧 그 황야를 지키고 싶어 하는 열망이다.

 

 

 어떤 포유류도 우리처럼 돌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진화유전학자 스반타 파보는 말한다.

 약간의 광기 같은 거죠.”

 

 

 인간의 탐험 활동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단 하나의 유전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유전학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키드는 탐험과 같은 행동의 근간이 될 만한 여러 유전자 무리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대다수의 7R옹호론자들도 동의한다. 즉 인간이 모험을 감행하는 데에7R이 궁극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든 간에 한 개 혹은 한 쌍의 유전자로 인해 우리 내부에서 모험심이 치솟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러 유전자 무리가 복합적인 기질 형성에 기여하며, 일부는 우리가 탐험할 수 있게 해주고, 7R이 들어있음직한 다른 유전자 무리는 우리가 실제로 탐험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편 이주의 물결은 이주 친화적인 유전자들이 퍼져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독두꺼비다. 녀석들은 1930년대 호주 동북부에 유입돼 현재 개체수가2억 마리를 넘어섰고 해마다 호주 대륙을 50km씩 전진한다. 선두 무리는 1930년대의 조상들보다 다리가 약10% 더 길고 심지어 이주 무리에서1km 뒤에 있는 두꺼비보다도 다리가 상당히 더 길다. 왜 그럴까? 가만히 못 있는 성미에 다리가 긴 두꺼비가 최전방으로 나아간다. 그곳에서 비슷한 성질과 긴 다리를 지닌 두꺼비들이 만나 짝짓기를 하고 비슷한 새끼들을 낳으면, 그 새끼들이 다시 최전방으로 진출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인간의 조상이 최초로 돌을 들어 견과류를 깨뜨리는 순간 새로운 문화로 나아가는 문이 열렸다. 이 문화에서는 손재주와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유전자를 선호했을 것이다.

 

 

 

 

 

 

목숨을 건 모험가들

 

 빙하연구가

로니 톰프슨은 지난 38년 동안 페루에서 중국까지 빙하가 있는 고산 여러 곳에 올라 얼음 속 깊이 보존된 중요한 기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눈과 건기의 먼지가 켜켜이 쌓여 수백 미터 두께를 이루고 있는 빙하 속에는 수천 년에 걸친 기후 정보가 간직돼 있다. 가장 최근 기록에 의하면 톰프슨은 5486m이상의 고도에서 1099일 동안 머물렀다.

 

 히말라야에 있는 다수오푸 빙하를 조사할 때는 7163m높이에서 6주를 지냈습니다. 산악인들은 하지 않는 일이죠.

 

 6t이나 되는 야영 도구와 굴착 장비를 가지고 7163m까지 오르는 일 자체가 고된 일입니다. 벌개도 골칫거리죠. 들고 가는 굴착 장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피뢰침이 되는 셈이니까요. 바로3m앞에 번개가 떨어진 적도 있어요. 물론 눈사태나 거센 폭풍우, 강풍도 만나게 되죠. 사나흘 정도 꼼짝 못하고 발이 묶일 수도 있고 아예 바람에 날려갈 수도 있고요. 예순네 살이 되도록 살아서 이 일을 하고 있으니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네요.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26번이나 올랐던 페루의 켈카야 빙원을 다시 찾았는데 꼭 죽어가는 암환자의 병문안을 간 것 같았습니다. 이제 그곳은 가망이 없어요. 녹아 없어져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빙하들이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내 일은 일종의 구조 작업이 됐습니다.

 

 

 

고양이 질병 연구자

 아로슬라프 프레그르는 1990년 자신이 고양이의 몸에 살면서 번식하는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체코 출신의 진화생물학자인 그는 이 고양이 기생충이 쓰레기통이나 오염된 물을 통해 사람한테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주의를 끈 것은 전염의 매개체인 쥐였다. 쥐가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기생충은 쥐의 뇌로 침투해 녀석이 겁 없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조종한다. 감염된 쥐는 고양이의 오줌 냄새에 발정이 나기도 한다. 즉 고양이한테 잡아먹히기 쉬운 행동들을 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플레그르는 이 기생충이 자신의 뇌까지 조종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은 그를 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결국 그의 예감이 맞았다.

 

내가 하는 몇 가지 특이 행동들을 보면 수긍하게 도리 겁니다. 나 자신에게는 불리하지만 나를 숙주로 삼으려는 기생충한테는 유리한 행동들인데요, 이를테면 나는 도로에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도 비켜서지 않고 길을 건너곤 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이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일반인보다2.6배 더 많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과학계의 석학들도 당신을 인정하지만, 처음에는 미쳤다고들 했죠.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을 믿기 힘들어했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내가 관찰한 것이 진짜인지 믿기 힘들었죠. 하지만 사실이에요. 그리고 톡소포자충이 해마다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여러 정신분열증 사례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분쟁지역 의사

질 시먼은 수십 년 동안 남수단의 난민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현대 의약품을 제공할 방법을 모색해왔다. 질은 아프리카에서 발병했던 사상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인 열대병 칼라아자르가 창궐하고 잔혹한 내전이 한창이던 1989년 남수단에 왔다. 이제 내전은 끝났고 남수단은 독립을 선언했으며 전염병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시먼에게 이제 제2의 고향이 된 이 지역은 여전히 폭력과 질병, 그리고 어쩌면 최악의 문제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중요한 건 나만이 위험을 감수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모두가 위험을 감수하며 살고 있어요. 산다는 것이 이미 모험이니까요. 이곳 사람들은 모두들 한 시간 후에 죽음이 닥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곳에 삽니다. 그것도 행복하게요. 그리고 나는 내 일을 통해 가능하다면 그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죠. 이보다 더한 행운이 있을까요?

 

 

 

 

우주 여행의 꿈

 

 구글의 래리 페이지, 에릭 슈미트 같은 억만장자들이 투자에 참여해 설립한 플래니터리 리소시스 사는 로봇 우주선을 이용해 소행성에서 귀금속들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1976년 발사된 헬리오스 2호는 역대 가장 빠른 탐사선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253000km였다. 우주선이 이 속도로 지구에서 40km 떨어진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가려면 1 7000년이 걸린다. 동굴 벽화를 남긴 크로마뇽인이 살던 때와 오늘날만큼의 시간 간격이다.

 

 

 

 

 

미생물의 세계

 

 숨을 한번 들이 마셔보자. 콧구멍을 지나 콧속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느껴보라. 횡격막이 수축하면서 공기가 가슴 깊숙이 들어온다. 산소는 폐속에 있는 작은 폐포 속으로 흘러 들어가 모세혈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몸속 모든 세포에 동력을 제공할 준비를 한다. 당신은 살아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방금 들이마신 공기 또한 살아있다. 사람이 공기를 들이마실 때, 먼지, 꽃가루, 바다 비말, 화산재, 포자 따위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입자들이 콧구멍 속으로 들어온다. 이러한 입자들 속에는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데, 이중 일부는 알레르기나 천식을 일으키기도 한다. 드물게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결핵, 독감 따위를 일으키는 병원균들을 흡입하는 경우도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기 시작했을 때 대기 중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산소는 광합성의 부산물인데, 광합성 작용은 약25억 년 전 시아노 박테리아가 처음 시작했다. 해마다 지구에 생성되는 산소의 절반이 시아노박테리아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대부분 이 박테리아가 간접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시아노 박테리아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그 세포가 식물로 진화했다. 원시 식물 속에 들어간 시아노박테리아는 엽록체로 진화했다. 자유롭게 떠도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식물 내 엽록체가 힘을 합쳐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광합성 작용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요약하면 체내에 있는 미생물의 수는 전부 합해 우리 몸의 세포 수보다 10배가 많으며, 무게는 일반 성인의 경우 평균 1350g으로 뇌의 무게와 맞먹거나 조금 더 무겁다. 따라서 우리 몸은 각각 하나의 유기체 임과 동시에 무수한 생물이 밀집해 살아가는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우리 몸 곳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종류는 밀림과 사막에 사는 동물만큼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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