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혼비 외, 문학동네, 2012(2판발행)
바늘구멍을 통과한 비명처럼 아침이 온다.
지금까지 2시간 동안 산을 오르면서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디를 디딜 것인가, 왼발을 어디에 놓고, 그다음엔 오른발을, 그리고 양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무를 붙들어 균형을 잡아야 하나, 떨어질 것 같으면 젖은 땅에라도 매달려야 하나, 이런 판단을 내리는 데 너무 많은 뇌기능이 소진됐다. 이런 필수적인 계산들 때문에 의외로 다른 생각은 거의 할 수가 없었다. 깊이 있거나 복잡한 생각은 절대로 무리였다. 그리고 리타는 그 점에 감사한다.
-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나이 든 인디언은 살기 위해서는 애걸복걸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도 제복을 입은 다른 백인한테 목숨을 구걸해야 했었다. 하지만 문득 겁내고 무서워하는 게 지긋지긋해졌다. 어리석은 용기가 생겼다. 젊은 인디언은 자신의 나이 든 친구가 저항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팔과 다리, 머리가 없어도 군인들은 꼬마를 향해 다가왔고 그를 땅에 넘어뜨린 다음 살갗을 길게 찢어내고 맛있는 근육을 신나게 씹어먹었다.
- 고스트 댄스
“그대의 지옥에서의 첫날이 천 년을 가기를.” 롤랜드가 중얼거렸다.
마거릿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그날이 가장 짧은 날이기를.”
- 그레이 딕 이야기
기억이란 뭐지? 기억은 그루브다. 스타들이 총출동한 흥겨운 무대, 춤추는 당신, 가슴속 절망을 쫓는 것, 이미 사라진 것을 쫓는 것, 너무나 덧없기에 흔적으로밖에 알 수 없는 것, 어떻게 특정 기타 선율이 벼락처럼 세월을 소환하는지, 갓 딴 체리의 맛이 어떻게 전쟁 전 현관 앞 베란다에서 어슬렁거리던 게으른 몽상가들을 기억나게 하는지, 이 모든 이야기들은 굴러간다. 기억은 그루브고, 거짓이고, 바로잡을 수 없는 이야기며, 더 나은 장소다. 기억은 나쁜 년이고, 수치의 공장이고, 저주인 동시에 위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내가 기자로서 폭로하려던 게 좌절된다.
- 앨버틴 노트
소수素數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농담은 단 한 줄로 완벽하다.
- 대니얼 매너스 핑크워터
마침내 그는 앞으로 고꾸라져 꼼짝하지 않고 누웠고, 눈폭풍이 포효하며 그 위를 덮쳤다. 영혼의 그릇 안쪽 얼어붙지 않은 내부에는 오직 고요만이 존재했다.
그래, 사는 건 힘들다. 하지만 사는 게 쉬웠으면 다들 살았겠지
- 다들 안녕이다
간밤에 독서용 손전등을 끄는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나는 달에 있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없구나.
프레디 형은 늘 그를 가리켜 ‘꿈꾸는 달’이라고 불렀는데, 그가 항상 몽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 테드퍼드와 메갈로돈
무덤 속에서 사람들은 대개 본능적으로 소리를 죽여 속삭이게 되어 있다.
- 개인 소유 무덤 9호
우린 모두 거짓말쟁이다, 프랭클린. 거짓말을 한 다음, 시간과 노력과 하늘의 뜻이 우리를 정직한 인간으로 만들어주길 고대하고 희망하는 거지.
- 화성에서 온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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