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메일을 체크한 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일로의 잠영을 시작한다.

 

일에 빠져들수록 나도 모르게

숨의 폭이 점점 작아지고

감정의 폭도 작아지고

빛이 들지 않는 깊은 곳의

잠수부

혹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어 왔던 물고기처럼

일을 한다.

 

그러다 숨이 다 떨어지면

고개를 들고

허파에 다시 공기를 채우며

띵해진 머리를 흔들어본다.

그때쯤이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고

저녁을 먹으러 일어선다.

 

그래 예전엔

그저 빠져 죽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리기만 하기도 했고

자유영이나 평영을 하기도 했고

펄쩍펄쩍 접영을 하기도 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뒤집어져

배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처럼 일이 많을 땐

그저 잠영.

숨을 멈추고

다시 빠져나올 때까지

슥    슥    슥

밀고들어가는 잠영.

 

저녁을 먹고 나면 배가 동그랗게 나와

다시 잠영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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