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4년 8월
크리스틴 한과 소녀의 할머니 재닛 그로븐이 미국 아이오와 주 찰스시티에서 일주일에 한 번 문을 여는 무료 급식소를 찾았다. "월말이 되면 먹을 게 다 떨어져요." 그로븐은 말한다. 그로븐의 가족은 푸드뱅크의 도움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식품불안정'에 시달리는 48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백인이고 절반 이상은 도시 변두리에 살고 있다.
뉴욕 시의 브롱크스 자치구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즐비한 반면 식료품점은 몇 군데 없어서 '식품사막'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의회선거구인 이곳의 기아율은 뉴욕 시에서 가장 높은 37%다.
우리가 상상하는 기아의 모습은 크리스티나 드라이어와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백인인 데다 결혼을 했고 헐벗지도 않았으며 집도 있고 약간 과체중이기까지 하다. 오늘날 미국의 기아는 실직자들이 수척한 얼굴로 도시의 거리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먹을거리를 찾던 대공황 시대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우리 할머니 세대가 겪은 기아와는 다릅니다. 오늘날에는 임금이 줄어서 일을 해도 배를 곯는 노동자와 가족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뉴욕시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재닛 포펜딕은 말한다.
미국에서 굶주리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백인 가구고 이들 가운데 자녀가 있는 가구의 3분의 2에는 전업으로 일하는 성인 근로자가 적어도 한 명씩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다. 2006년에 미국 정부는 '기아'를 '식품불안정'이라는 말로 바꿨다. 언제가 됐든 전년도에 먹을 게 넉넉지 않았던 상황을 겪은 가구를 일컫는 말이다. 명칭이야 어떠하든 미국에서는 굶주리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해 2012년 현재 4800만 명에 이르렀다.
오늘날 미국에서 기아를 눈으로 확인하려면 냉장고를 열어보면 된다. 희미한 불빛 속에 겨자와 케첩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허다해서 냉장고가 비어 있는 게 놀랍거나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배만 채우고 영양가는 없는 음식을 먹다보니 비만이 됐어요." 배고픈 미국인들은 부실한 식단 탓에 대부분 살이 찐다. 기아가 낳은 뜻밖의 부작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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