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노래:
내 인생 최후의 최장의 동반자가 과연 누가 되겠는가?
그래서 몇 번이고 악기를 배워보려고 했다.
내 머릿속엔 늘 구슬픈 멜로디가 흐르고
이걸 악기에 담아
어느 빌딩 옥상이나 뚝방에 걸터앉아 연주하면
견딜만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왠걸.
피아노, 하모니카, 섹소폰, 기타, 다 실패하고
야심차게 개인레슨까지 받으며
소질 있단 소리에 중고로 악기까지 장만한 해금은…
레슨 학원이 망해버렸다.
남자가 사랑 노래를 부를 땐
어떻게 불러야 할까?
Travis. The Humpty Dumpty Love Song을 듣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남자들끼리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은
클레지콰이나 킹스오브컨비니언스처럼은 아닐 것 같다.
‘남자의 사랑’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세련되고 여성적인 느낌이다.
단내는 좀 더 빼고 지구상 아무도 모르게
뒷방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데미안 라이스처럼 부르거나
달밤에 반사된 칼날처럼, 이순신 장군처럼 노래하거나
아니면 최백호 아저씨가 ‘부산에서’를 부를 때처럼
마음 속에 지고 다니던 12t짜리 금고를
광안리 모래밭에 던져 놓듯 부르거나
어딘가 텍사스 앞마당 커다란 나무 위에 올라
죽어가는 저녁 바람을 맞으며 Humpty Dumpty 부르는 게 아닐까?
남자가 부르는 사랑 노래는 왠지 마법 같아서
(사랑 자체가 놀랍도록 강력하지만 불안한 주문이긴 하지)
왕자님도 왕자 같지 않게
변호사도 변호사 같지 않게
CEO도 CMO도 CEO도 CMO도 같지 않게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답지 않게 만든다.
어떤 남자나 다
질 수 밖에 없는 전쟁에 고개 한 번 끄덕 하고는 일어서 나가는
중세의 기사나 카우보이 아메리카 인디언 같은 모습이 된다.
그리고 잠시 후 어디선가
‘탕’
총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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