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행성
순정이라는 행성
순정
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세상이라는 대기권과
현실이라는 성층권을 차례로 돌파하는 동안
3단 추진기, 2단 추진기가 떨어져나가듯 자연스레
순정이 온몸에서 뜯겨져 떨어져 나가고
더 넓고 더 차갑고 더 건조한
우주 위로 마침내 외롭게 떠올랐을 때
비로소 마음이
순정 없이 편안해졌다.
이제 안정권에 들었다는 느낌으로
크게 상처받거나 흔들리거나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일상의 궤도를 부유한다.
그런데 왜 부유하는 궤도 중심엔
순정을 잔뜩 떨어뜨려 놓고 온 푸른 지구가 있을까.
과거의 기억이
중력 강한 커다란 행성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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