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린
특별할 것 없는 제품, 특별할 것 없는 USP,
특별할 것 없는 철학의 제품 광고를 할 때
순전히 크리에이티브만으로 차별화 시켜야 할 때
크리에이티브의 힘없음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거세했을 때
느껴질 공허함 같은 걸까?
나는 가끔씩 뜬금없게도
세계 어딘가,이를 테면 몽블랑 회사의 잉크개발팀의
잉크장인이 떠오른다.
그 잉크개발자는 새로운 잉크색을 만들어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고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을 테지만
솔직히 그 검정, 좀더 짙은 검정, 좀더 담백한 검정, 좀더 뜨거운 검정이라는 의도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다.
예를 들어 그가 만든
뜨거운 검정색 잉크를 설명 없이 그냥 써본 소비자가
아, 이것은 드거운 검정색이로군 느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우린 공허한 말장난 속에서
새롭고 세련된 크리에이티브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한 생을 보내는 운 좋은 잉크 장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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