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5년 8월
교황이 바뀔 것인가 바티칸이 바뀔 것인가
교황의 몸짓은 가장 작은 것이라도 영향력이 크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교황은 상징성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항구도시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민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대로 실용적이고 세상 물정에 밝은 '포르테뇨(항구사람)'였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사람들의 삶에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를 바랐다. 그가 자주 이야기하던 대로 교회가 야전병원이 돼 어느 편인지에 상관없이 부상 당한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베트남 전쟁 후 재기를 노리는 라오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1964년부터 1973년까지 200만t이 넘는 폭탄을 라오스에 퍼부었다. 9년 동안 8분에 한 번 꼴로 폭격한 셈이다. 라오스는 어떻게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자녀가 6명인데 모두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앞으로 갈 것이라고 그는 자랑했다. 새로 난 도로도 그가 사는 마을까지 이미 연결됐다. "2년 안에 전기도 들어올 거예요."
라오스에서는 기온이 20℃ 이하로 내려가면 사람들이 외투와 모자를 꺼내 입고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이 때문에 죽음의 계절이 시작된다. 어느 해인가 새해 전날 밤에 시엥쿠앙 주에 사는 친구 세 명이 야영을 갔다. 그날 밤 날씨가 추워지자 그들은 불을 피웠다. 그러자 야영지 아래 땅속에 묻혀 있던 폭탄이 폭발하면서 한 명이 즉사하고 또 한 명은 심하게 다쳐 불구가 됐다. 나는 세 번째 피해자인 예르 헤르(18)를 그의 집에서 만났다. 그는 셔츠를 벗어 등에 난 19군데의 상처를 보여줬다.
예르가 사는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은 위성 TV와 휴대전화도 갖고 있다. 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집집마다 어머니, 아내, 누이, 자매, 아이에게는 미군의 불발탄 때문에 죽거나 불구가 된 남편이나 형제, 그리고 어린 딸이 있는 듯했다.
떨어지는 폭탄들은 지금도 사람들의 꿈에 나타난다. "마음 속에 폭탄을 품고 사는 거죠." 라오스 비단에 금실로 수놓은 폭격기 그림에 내가 감탄하고 있는 동안 세계적인 자수예술가 띠아오 니타콩 쏨사닛이 설명한다.
라오스 사람들은 너그러운 민족이지만 라오스 곳곳에 불발탄이 널려 있는 한 아무도 미국이 한 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잊어버렸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은 2014년 예산에 불발탄 제거 비용으로 1200만 달러를 책정했다. 라오스 주제 미국대사관을 새로 짓는 비용은 1억 4500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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