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 2015(1판6쇄)
"이상할 것도 없지. 우주비행사들은 기본적으로 제정신이 아니거든. 그리고 아주 고매한 사람들이지. 아이디어라는 게 뭔가?"
나는 RTG를 사용할 것이다. RTG(radioisotpe thermoelectric generator,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는 커다란 플루토늄 상자이다. 하지만 핵폭탄에 사용되는 그런 플루토늄이 아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이 플루토늄은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플루토늄 -238은 극도로 불안정한 동위원소이다. 저절로 시뻘겋게 달아오를 만큼 방사성이 강하다. 짐작하다시피 방사선으로 '진짜 계란프라이를 할 수 있다'면 꽤 위험한 물질인 셈이다.
화성은 붉은 행성으로 유명한데, 산화철이 모든 것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그냥 사막이 아니다. 너무 오래돼서 말 그대로 녹슬고 있는 사막이다.
하지만 나는 우주비행사가 아니던가. 죽도록 긴 여행을 다니는 게 내 일이다.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가혹한 태양 복사를 전혀 막지 못한다. 만약 거기에 노출되면 나는 갖가지 암에 걸릴 것이고 그 암덩어리마저 암에 걸릴 것이다.
"움직이자고, 와트니!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 정부에서 대주는 돈이 1초당 십만 달러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지만 내겐 그 모든 걸 해결해줄 똑똑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거의 지구 전체가 동원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인생의 문제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문제도 한 통의 '순수한 방사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구나. 난 평범한 냅킨 공장의 영업 본부장이야. 그런데 왜 내 딸은 우주에 가 있는 거냐?"
그동안 나는 화성의 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도 안다. 뭘 그런 걸 생각하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도는데 어쩌랴.
지구 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국가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제조약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조약에 의하면, 어떤 국가의 영토 내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해법이 적용된다.
그러니까 화성은 '공해'인 셈이다.
나사는 미국의 민간조직이고 거주용 막사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막사 안에 있을 때에는 미국의 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공해상에 있는 셈이다. 다시 로버에 들어가면 나는 미국의 법을 적용받는다.
어젯밤엔 좀 으스스했다. 겨우 하룻밤 사이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히터를 제외하곤 생명 유지 장비가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불안했다. 내 목숨은 낮에 내가 직접 계산한 수치에 달려 있었다. 부호 하나를 빼먹었다면, 혹은 숫자 두 개를 틀리게 넣었다면 나는 다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모든 계획은 적과 만나는 순간 생을 마감하는 법이다.
이제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화성이 얼마나 적막한 곳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화성은 사실상 소리를 전달하는 대기조차 없는 황량한 세상이다.
하긴, 나사는 알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뉴스들에서도 보도되고 있을 것이다. '마크와트니죽음구경닷컴' 같은 웹사이트도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이 폭풍이 정확히 남쪽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그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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