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4(1 11)

 

 

 

 

<예스터데이>

 

 "아키는 대입시험 따위 운만 좋으면 다 붙는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 구리야 에리카는 말했다. "입시공부는 하면 할수록 시간낭비고 인생의 소모라나. 어쩌면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

 그것도 하나의 견해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물론 입 밖에는 내지 않았다.

 

 "꿈이라는 건 필요에 따라 빌리고 빌려줄 수 있는 거야, 분명히."

 

 

 

 

<독립기관>

 

 그는 기본적으로 정직하고 솔직하며, 자기 자신을 제법 공정하게 바라볼 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남 앞에 드러내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지 못한 자질이었다.

 

 

 

 

<셰에라자드>

 

 "다른 사람의 빈집이 지닌 가장 멋진 점은 뭐니뭐니해도 조용하다는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쥐죽은듯이 고요해. 여기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 고요 속에서 혼자 가만히 바닥에 앉아 있으니 저절로 내가 칠성장어였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어."

 

 

 

 

 

<여자 없는 남자들>

 

 내가 여기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실이 아닌 본질을 쓰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사실이 아닌 본질을 쓰는 일이란 달의 뒷면에서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하는 일과 다름없다.

 

 그것은 얼룩의 자격을 지녔고 때로는 얼룩으로서 공적인 발언권까지 지닐 것이다. 당신은 느리게 색이 바래가는 그 얼룩과 함께, 그 다의적인 윤곽과 함께 생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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