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5년 9월
정복을 허락하지 않는 산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요?" 비좁은 텐트 안에서 코리가 등산화를 신느라 곡예사처럼 몸부림치며 묻는다. "정말로요! 왜죠?" 그는 손이 너무 곱아서 등산화 끝을 매기가 쉽지 않다. "아주 재미있으니까." 레난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우리는 죽 늘어서 있는 거대한 바위 첨탑들 중 첫 번째를 횡단한다. 우리 중 한 명이 칼날 같은 이 능선에서 미끄러진다면 그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밧줄로 연결된 다음 등반가가 재빨리 반대편으로 몸을 던지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 일촉즉발의 순간에 밧줄이 예리한 바위 위로 팽팽히 당겨져 끊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산악 등반에서 요구되는 신뢰다. 이것이 등반가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료들과 유대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우리는 능선에서 더 깊은 골짜기를 한 차례 더 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곳은 마치 공룡의 턱뼈처럼 거대하고 뾰족뾰족한 돌기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렇게 사나운 바람을 헤치고 그곳에 오르려면 밤 늦게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정상을 밟으려면 산에서 텐트나 버너, 음식, 물 없이 하룻밤을 더 보내야 한다. 우리는 산의 측면에 돌출된 바위 턱에 앉아 어둠 속에서 바람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결국 얼어 죽을 것이다. 그곳은 귀환 불능 지점인 것이다.
나는 등반 기간 내내 마이크 모와 키스 스펜서의 사진을 품고 다녔다. 나는 이 사진을 정상에 두고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손으로 작은 구멍을 파고 사진을 눈 속에 묻는다. 그리고 GPS를 꺼내 우리가 오른 최고 높이가 5743m임을 확인한 후 서서히 능선을 내려와 레난과 코리에게 돌아간다. 두 사람은 이미 우리의 등반이 여기서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원하는 일은 살아서 내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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