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2015년 12월
맛의 과학
연구를 통해 미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감각이며 시각보다도 더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모넬화학감각연구소의 소장 로버트 마골스키는 말한다.
골드버그 장치에서 작은 공이 떨어져 이것저것을 활성화시키는 것처럼 우선 입에 음식을 넣으면 신호가 6단계 정도를 거쳐서 비로소 우리 뇌에 도달하고 우리는 입 안에 있는 내용물을 삼킬 것인지 뱉을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고 마골스키는 설명했다.
혀에서 출발한 신호는 뇌간을 지난 후 미각피질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혹은 이곳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이 신호는 어떤 경험의 일부가 된다. 이 경험은 복잡하고 아직 아무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이 경험을 우리는 보통 맛이라고 부르지만 더 정확하게는 풍미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린다 마르토슈크는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경험 중 미뢰에서 비롯되는 경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어떻게 보면 코 뒤에서 맞는 냄새, 즉 후비측 후각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씹고 삼키고 숨을 내쉴 때 "음식에 있는 휘발성 분자들이 입천장 뒤쪽에서 위로 밀려 올라가며 뒤에서부터 비강 안으로 들어간다"고 바르토슈크는 설명했다. 마치 굴뚝으로 연기가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 분자들은 비강에서 후각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보통 한 사람에게 350~400개의 종류가 있는 이 후각 수용체가 바로 풍미를 인식하는 주요 근원이다. 풍미는 맛과는 다르다. 맛은 미뢰에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풍미는 일반적으로 냄새를 맡는 것과도 다른데 그 이유는 두 경우 모두 같은 후각 수용체가 작용하기는 하지만 뇌에서는 콧구멍으로 맡는 냄새(코 앞쪽 비강을 통한 정비측 후각)와 음식을 먹을 때 코 뒤쪽에서부터 비강에 들어오는 냄새(코 뒤쪽 비강을 통한 후비측 후각)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바르토슈크는 젤리를 이용해 또 다른 재미있는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젤리를 씹으면서 코를 막았던 손을 풀면 풍미가 느껴지는 동시에 젤리의 맛도 더 달게 느껴지는데 이는 설탕 때문이 아니다. 설탕에는 휘발성 물질이 없어 후각 수용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젤리의 성분 중에 어떻든 달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해주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성분이 뇌로 하여금 젤리에 들어 있는 당분이 실제보다 더 많다고 느껴지게 만든다고 바르토슈크는 설명했다. 이처럼 단맛을 강화하는 성분은 과일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그 이유는 단맛을 강화하는 선분을 만드는 것이 실제 당을 만드는 것보다 에너지가 덜 들면서도 곤충 등 수분 매개체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딸기에는 단맛 강화제가 약 30종류나 있어요. 이 모든 신호들을 모아보면 단맛의 상당 부분이 뇌 안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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