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다산북스, 2015(초판 12)

 

 

 

 

 하루 종일 점심이나 처먹었으면 하는 인간들로 나라가 꽉 찼다.

 

 

 

 오베는 사람들이 조깅을 하는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인간들이 조깅 가지고 저렇게 호들갑이냐는 거다.

 

 

 

 조깅을 하려면 반드시 열네 살짜리 루마니아 체조 선수처럼 입고 나와야 한단 말인가? 올림픽에 출전한 터보거닝팀처럼 차려입어야 하나? 고작 45분 동안 목적도 없이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이유 때문에?

 

 

 

 오베는 그게 핑계였다는 걸 잘 알았다. 아내가 새 의자를 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마치 그러면 인생 전체가 새것이 되기라도 하듯. 부엌 의자를 사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인생도 그렇게 될 것처럼.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 봐.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그러다 엄마가 죽었다. 아빠는 더 조용해졌다. 마치 엄마가 아버지가 갖고 있던 몇 안 되는 단어들을 갖고 가버린 것 같았다.

 

 

 

 또한 남은 평생 동안 누군가 맨발로 그의 가슴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될 그녀의 웃는 모습도 볼 일이 없었으리라.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소냐의 어머니는 소냐를 낳자마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다.

 "난 여자가 있어. 지금 집에 없다 뿐이지." 가끔 누군가 감히 그 질문을 던지면 그는 그렇게 툭 내뱉었다.

 

 

 

 "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오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는 약병 뚜껑을 연 다음 세면대 가장자리를 따라 알약들을 늘어놓았다. 그것들이 조그만 살인 로봇으로 변신하길 기대하듯 바라보았다. 당연히 변신하지 않았다. 오베는 그 사실에 딱히 감동받지 않았다. 그는 이 하얗고 작은 점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아무리 많이 먹는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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