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북스, 2016(초판4쇄)
집에 가고 싶다. 할머니와 함께. 이제는 집 전체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그리워하는 것 같다.
할머니는 좋아하는 꽃이 없다. 할머니네 집에서는 어떤 식물이든 스물 네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데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손주의 열렬한 지지 아래, 어느 꽃 하나만 예뻐하는 건 우라지게 불공평한 짓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우디를 사면 내가 어떤 차를 샀는지 알 수 있지."
죽음의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게 만드는 거다.
"괴물하고 싸우지 마. 그러다 너도 괴물이 될 수 있으니까. 심연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면 심연이 너를 들여다본다잖니."
눈 위를 걷자 팝콘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나는 어렸을 때 뭐든 무서워했거든. 그때 너희 할머니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을 하라고 했어. 공포를 비웃어야 한다고."
"사랑받을 수 없으면 그 대신에 미움받아도 상관없다는 어떤 노인에 대해서 쓴 시가 있는데요."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브릿마리가 읊는다. "그게 안 되면 존경해주길. 그게 안 되면 두려워해주길. 그게 안 되면 미워하고 경멸해주길.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들에게 어떤 감정이라도 불러일으키길 원한다. 우리의 영혼은 진공상태를 혐오한다. 무엇에라도 접촉하길 갈망한다."
첫 문장이 이렇다.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그날 엘사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를 용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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