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2015(초판 19)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현실을 현실 아닌 것으로 바꾸고, 역사의 사실을 사실 아닌 것으로 눈가림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상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비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한 남학생들이 한두 해를 방황 속에 허송하다가 '복학생 아저씨'가 되고 나서야 공부에 전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군대 생활이 사람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군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언제나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만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어린 마음에도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너는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며,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이다.


 


 


 


 당시 동해안 길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트럭은 달리지 않고 뛰었다.


 


 


 


 인간은 재물만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저축한다. 그날의 기억밖에 없는 삶은 그날 벌어 그날 먹는 삶보다 더 슬프다.


 


 


 


 그러나 누구나 다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일에 성공하려면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 우리가 차라리 두려워해야 할 어떤 계기와 특별한 인연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제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이해에 도달해 있겠지만, 그 아버지가 또다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깊이 통찰하고 있다고 믿어지지는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아버지에 대한 이해 자체도 온전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협객은 경공술로 날아가도 벼는 천천히 크고 천천히 익는다.


 


 


 


 나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을, 다시 말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남이 모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식구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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