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오에 겐자부로, 문학동네, 2015(13)


 


 


 


 


 


 내가 침묵하자 동생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힘주어 입을 다문 탓에 검붉어진 얼굴(그건 어머니의 습관이기도 했는데, 손바닥으로 눈물을 감추거나 하지 않는다)에는 이 지방의 나이든 여성의 원형이 있는 듯했고 표정에도 단순화된 분노가 역력했다.


 


 


 


 그때 문고본의 글자로 채워진 직사각형 부분, 둘레의 하얀 부분(그 부분을 영어로 margin이라고 하는데, 그 여백에 쓴 메모를 marginalia라고 한다고 무슨 이야기를 할 때 말했더니 - 우연히, 문화인류학자나 건축가 친구들과 주변성이라는 단어를 공통 주제로 삼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던 다카무라 씨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날리아>라는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신작을 발표했다.)


 


 


 


 '내 심장의 고동이 멈추었을 때 당신의 가슴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이런 글 조각 하나로


 나는 나의 붕괴를 지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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