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마타요시 나오키, 소미미디어, 2016(1 1)


 


 


 


 


 


 "일단 코미디언인 이상, 재미있는 개그가 절대적인 사명이라는 건 당연한 얘기고, 일상의 다양한 행동까지 모조리 개그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의 행동은 모두 이미 개그의 일부라는 얘기야. 개그는 재미있는 것을 상상해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거짓 없이 순정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 요컨대 영리한 걸로는 안 되고 진짜 바보, 그리고 자기가 제정신이라고 믿고 있는 바보에 의해서만 실현되는 것이 개그야."


 


 


 


 "코미디언이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말하는 놈은 영원히 코미디언은 되지 못해. 긴 세월을 들여 코미디언에 근접하는 작업을 하는 것뿐이지 진짜 코미디언은 못 된다는 얘기야. 동경만 하는 거지. 진짜 코미디언이라는 건, 극단적으로 말하면 채소를 팔더라도 코미디언이야."


 


 


 


 가미야씨는, 왜 가을은 우울한 기척을 잉태하고 있는가라는 것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열정적으로 풀어놓았다. 옛날에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겨울을 넘긴다는 게 똑같이 목숨을 건 일이었다. 수많은 생물이 겨울 동안에 죽어나갔다. 그 영향의 흔적으로 겨울 초입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는 얘기였다.


 


 


 


 "단 한 가지 기준만으로 뭔가를 판단하려고 하면 어두워져. 이를테면 공감 지상주의의 노예라는 거, 진짜 몸이 오글거리잖냐. 공감이란 건 분명 기분 좋은 것이지만 공감 부분만 유독 두드러지는 것들 중에서 뛰어나게 재미있는 건 별로 없어. 공감은 바보라도 다 알아먹을 만한 것이니까 의존하기 쉬운 강렬한 감각이기는 하지만, 창작에 종사하는 자라면 그건 어딘가에서 졸업하지 않으면 안 되지."


 


 


 


 내가 재미있는 외설을 피할 때, 재미있는 인간이고자 하는 의식보다 추하지 않은 인간이고자 하는 의식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미야 씨는 그 부분이 불량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을 상처 입히는 행위라는 게 그때 그 순간에는 속이 뻥 뚫리는 거잖냐. 근데 딱 한 순간이야. 그런 것에 안주해버리면 그자의 상황이 좋은 쪽으로 변화할 일은 없어. 남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현재의 자신에 대해 안심하려는 방법이니까 말이야. 그러는 동안에 계속 자신이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거라고. 불쌍하지 않냐? 그런 놈들, 사실은 피해자야. 나는 그거, 완만한 자살로 보이더라."


 


 


 


 가미야 씨가 상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언젠가 세상을 자신 쪽으로 돌려세울 수도 있는 무언가였다. 그 세계는 고독할지도 모르지만 그 적막은 스스로를 고무해주기도 하리라.


 


 


 


 "세상의 상식을 뒤엎을 만한 코미디를 하기 위해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요, 우리가 뒤엎어버린 것은 노력은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 라는 훌륭한 말뿐입니다."


 


 


 


 당장 소용도 없는 것을 오랜 시간을 들여 계속한다는 거, 얼마나 두렵겠는가. 단 한 번 뿐인 인생에서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도전한다는 거, 얼마나 두렵겠는가. 소용없는 것을 배제한다는 건 위험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겁쟁이라도, 착각이라도, 구제할 도리 없는 바보라도 좋다. 온통 리스크뿐인 무대에 서서 상식을 뒤엎는 것에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자만이 코미디언이 될 수 있다. 그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좋았다. 긴 세월을 들인 이 무모한 도전으로 나는 내 인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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